[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공단 내부 투자위원회 개최 3일 전에 직접 만난 것은 부적절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3일 열린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공판에 이윤표 전 국민연금공단 운용전략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홍 전 본부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을 만나겠다는 말을 듣고 적절하지 않으니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7월10일 내부 투자위원회가 열리기 3일 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과 합병 시 시너지효과가 비율의 불리함을 상쇄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당장 며칠 뒤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홍 전 본부장이 그런데도 이 부회장을 굳이 만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정확히는 모르지만, 미팅을 다녀온 뒤 다른 주주도 (이 부회장과) 만나지 않았겠냐고 말했던 거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홍 전 본부장이 공단도 대주주 중 하나라 의견을 청취하고 교환을 하는 게 왜 안되냐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부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삼성 합병이 SK 합병 건과 같은 성격이고, 공정성 논란이 더 많아 전문위 부의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투자위의 의결 과정은 전문위로 보내는 과정이라 생각했다고도 증언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 증인으로 나온 양영식 전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실장은 “투자위원회가 합병 찬성 결정을 하면서도 관련 자료를 당일 오전에 받았다”며 투자위원들이 사안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50쪽 자료 중 요약본이 있는 10쪽 분량의 개요를 읽고 갔다”며 “언론에 관련 기사도 있고 정회가 있어 그 시간에 자료를 읽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외압 의혹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