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침에 대해 알뜰폰 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동통신3사가 2G·3G 가입자의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하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알뜰폰 업계의 기반이 상실돼, 고사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입장이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왼쪽에서 넷째) 등 알뜰폰협회 회원사 임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본료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3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위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707만명의 알뜰폰 가입자들이 이통사로 이탈할 것"이라며 "알뜰폰이 시장에서 퇴출돼 이통3사의 과점 체계로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 등을 공약했다. 국정기획위는 수차례에 걸쳐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기본료 폐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 해답을 찾진 못했다. 미래부는 통신료 인하 방안을 재보고한다.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39개다. 이들의 총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17억원이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기본료 폐지로 가입자가 이탈하면 알뜰폰 업체들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4150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알뜰폰 업계 종사자 3000명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통신료 인하 방안의 대안으로 알뜰폰을 꼽았다. 알뜰폰을 활성화하면 기본료 폐지 이상의 통신료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으로 ▲LTE 도매대가 2G·3G 수준으로 조정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대가 회선 기본료(2000원) 폐지 등을 제시했다. 알뜰폰 업체는 LTE 서비스의 경우 소매가의 45%를 도매대가로 이통사에 지불한다. 1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4500원을 이통사에 내는 셈이다. 윤 회장은 "2G와 3G는 소매가의 20~30%를 내는데, LTE는 더 많은 돈을 내다보니 요금 인하 여력이 부족하다"며 "LTE 도매대가 비중을 2G와 3G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협회는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윤 회장은 "분리공시제로 단말기와 서비스가 명확하게 분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완전자급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통업계 관계자는 "LTE 도매대가를 깎거나 회선 기본료를 폐지하면 이통사의 재정은 더 어려워진다"며 "정부에서 알뜰폰을 비롯해 업계의 파장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