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임원 “다음 정권 우려해 K재단 89억 요청 거절”

"외환거래법 위반 ·횡령 소지 커 법률적 리스크로 판단"

입력 : 2017-06-15 오후 4:31:5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SK그룹 임원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9억 추가 출연을 받았지만 다음 정권에서 법률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완곡한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5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당시 K재단의 자금 지원 요청사항과 이에 대한 대응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6년 2월 16일 최태원 SK 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이 끝난 며칠 뒤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으로부터 “K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잘 검토해 협조 바란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류에는 최씨 소유로 알려진 더블루K 소개자료, K재단 가이드러너 사업, 비덱스포츠의 해외 전지 훈련 등의 자료가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9일 K재단 실무자들은 SK 측과 만난 자리에서 가이드러너 사업에 대한 연구용역비 4억원, 가이드러너 학교 설립운용비 35억원, 펜싱·배드민턴·테니스 유망주 해외 전지훈련비 50억원 등 총 89억원을 요청했다. 이중 해외 전지훈련비 50억원은 SK그룹 독일 현지법인에서 비덱스포츠 독일법인으로 직접 송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 요청은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고, SK 법인에서 나간 돈이 횡령 등 불법적으로 처분된 돈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어 향후 법률적 리스크로 판단된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힘들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부분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검찰이 “자료를 보내는 게 대통령 지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결국 K재단 사업 내용을 확인하고 윗선의 의사를 파악해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안 전 수석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가이드러너 학교 설립은 장기적인 운영 및 예산 확보 계획이 없으면 부실운영이 우려된다. 수요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설립은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외 전지훈련에 대해서도 종목별 협회와의 마찰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안 수석에게 위선의 의사를 파악해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당시 K재단 실무자들이 많이 부풀려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법률적 문제가 심각한 것을 실무자들이 부풀렸다면 윗분이 정확한 내용을 아셔야 할 것 같았다. 아시면 하지 말라고 할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SK 측은 결국  89억을 지원하는 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대신 K재단에 30억을 출연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다년간 대관업무를 하면서 청와대나 대통령, 경제수석으로부터 협조 요청이나 지시·요구가 왔을 때 들어주면 법적 리스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고 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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