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허위 혼인신고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진해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자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책임은 있지만,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는 달리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모든 흠과 과거의 잘못에도 눈앞에 닥친 국정 과제이자 국민의 열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문민화 작업에 쓸모가 있다고 판단해서 저를 지명했기 때문에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개인적인 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부분을 평가해서 기회를 주신다면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자신의 이혼 전력을 숨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가 이혼한 자체가 국정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될 정도의 도덕적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혼하고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가진 전력에 대해 자랑스럽지는 않으나, 이것이 국정 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검찰 개혁 업무에 종사할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일선에서 벗어난 전직 교수지만, 저를 적합한 사람으로 결정한 이유는 30년 가까이 법원과 검찰 문제 관심이 있었다"며 "특히 10여년 전에 법무부 정책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법무 행정에 대해 지식이 있는 그런 배경이 작용한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세상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여러 흠결에도 후보에 지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논란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우선 혼인 무효확인 판결에 대해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은 저의 20대 중반, 청년 시절에 저질렀던 일"이라고 시인했다. 또 "당시 저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즉시 깨닫고 후회했으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제 생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 후로 저는 오늘까지 그때의 그릇된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왔다"고 전했다. 안 후보자는 "이 모든 사실은 제 아내도 알고 있다"며 "젊은 시절의 잘못으로 평생 반성하고 사죄해야 마땅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에 대한 의혹에는 "잘잘못을 떠나 제 아이의 문제는 오랜 기간을 교육자로 살아온 저에게는 가장 아픈 부분"이라며 "저의 아들은 재학하던 학교의 남녀학생을 엄격하게 분리시키는 학칙을 위반했고, 학내 절차를 거쳐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가 절차에 개입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일축했다.
안 후보자는 "다만 학교 측에서 징계 절차의 일환으로 학생의 반성문과 함께 부모의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왔기에 부끄럽고 참담한 아비의 심경으로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며 "탄원서에는 제 자식은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하더라도 상대방 학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필요하시면 제가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하겠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책에서 여성을 비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되돌아봐도 부족한 글들입니다만, 책과 글의 전체 맥락을 유념해 읽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다만 어떤 글에서도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고, 저 역시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남성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같은 남성들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호소했다.
안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과 저를 아껴주시고 기대를 걸어주신 많은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의 오래전 개인사는 분명히 저의 잘못이고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갈 것이나, 그 일로 인해 그 이후의 제 삶이, 학자로서, 글 쓰는 이로서 살아온 제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청문회에서 제 70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안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안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는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정책 전문가로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신파"라며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