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짙어진 '경고등'

국제유가 9개월새 최저…전기세 인상에 공업용수 조달 부담까지

입력 : 2017-06-22 오전 11:18:56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업황 호조에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고공행진을 지속한 정유·화학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가 하락 등 업황이 이상 조짐을 보이는 데다,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부담과 함께 가뭄에 따른 피해까지 겹쳤다. 
 
수출량 증가와 높은 정제마진에 역대급 실적을 써내던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2.5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9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한 전날 배럴당 43.23달러에서 추가로 2% 이상 떨어졌다. 
 
지난 5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로 예정된 감산 시점을 내년 3월까지 연장했지만, OPEC 비회원국 산유량 증가와 미국 셰일가스 증산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유의 국내 도입에 30~45일가량이 소요되는 정유업계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9개월새 최저치로 떨어진 국제유가에 정유업계가 재고평가손실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레인 사히르 유전 전경. 사진/AP뉴시스
 
화학업계는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로 꼽히는 충남 대산산업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업용수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대호호가 길어진 가뭄 탓에 연평균 70%에 육박하던 저수율이 10%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또 다른 수원인 아산호에서 추가 용수를 조달 중이지만 그 역시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가뜩이나 새 정부가 연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개편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용수 조달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된 셈이다. 당장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가뭄이 지속될 경우 용수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가뭄 장기화가 이어져도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데다, 민간 산업단지 특성상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입주사들 간 협업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회사별 이해관계가 제 각각인 만큼 의견을 조율하기 또한 쉽지 않다. 현재 대산단지에는 LG화학(051910)을 비롯해 롯데케미칼(011170),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등의 정유·화학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대산단지 입주사 관계자는 "민간 산단이다 보니 울산, 여수 등에 비해 정부 지원이 부족한 데다 충남지역 특성상 해마다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렇다고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해결책을 촉구하기도 부담스러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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