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리점을 상대로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소형가전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준 후 그 아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주식회사 필립스전자(현 필립스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필립스는 온라인 시장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오프라인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자 지난 2010년 8월6일 온라인 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온라인 TF를 구성하고, 49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온라인 시장의 할인판매 통제 방안과 오프라인 시장, 인터넷 종합쇼핑몰, 오픈마켓 등 유통채널별 가격경쟁 차단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2011년 5월4일 온라인 TF 21차 회의에서 '필립스가 판매하는 소형가전 전 제품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가격정책을 수립했다.
필립스는 2011년 3월8일 온라인 TF 16차 회의에서 전기면도기, 음파전동칫솔, 에스프레소형 커피메이커, 휴대폰 등 이동통신기기 스피커 등 4개 제품에 대해 인터넷 오픈마켓 판매금지정책도 세웠다. 또 가격정책과 오픈마켓 판매금지정책을 지키지 않는 대리점을 파악해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전량 구매 요청 등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는 2012년 8월27일 이러한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와 거래상대방 제한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시정명령과 함께 15억5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필립스는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필립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격정책에 대해 "원고는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등의 제재를 통해 대리점에 대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원고의 제품이 원고가 정한 권장소비자가격의 50%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지 않도록 강제함으로써 최저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했음이 인정되고, 이와 달리 원고의 주장처럼 단순히 그것이 특별할인행사 등을 위해 특별할인된 제품이 원래의 목적에 맞지 않게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오픈마켓 판매금지정책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고가 대리점에 대해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등의 제재수단을 동원해 인터넷 오픈마켓에의 제품 공급을 금지함으로써 대리점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유통업체들에 의한 브랜드 내 경쟁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원고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의 판매를 금지한 제품 중 전기면도기는 2011년 기준 원고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61.5%에 이르고, 음파전동칫솔은 57.1%, 커피제조기는 31.3%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처럼 원고가 해당 제품에 대해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으므로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할 경우 전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반면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해야 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이들 제품에 대한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볼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