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씨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마주한다. 삼성그룹 뇌물 사건과 관련한 공여자와 수수자가 만나는 것으로, 이들은 그동안 서로를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오는 28일 오후 2시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최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씨의 증언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게도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등 그룹 현안을 부탁하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영재센터와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298여억에 달하는 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특검은 이 금액 모두를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 측은 정씨에 대한 지원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으며, 청와대 강요에 의한 것으로 이 부회장은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반면 특검 측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적극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삼성물산 합병 등에 대한 현안을 도와달라고 한 청탁을 대가관계로 보고 있다.
최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상세한 증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 변호인은 앞서 "최씨가 8개월 동안 구속된 상태에서 기억이 헝클어졌을 수 있다"면서도 "증인으로 나가 상세히 증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 관련 공방은 삼성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증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가 삼성 측의 지원을 받게 된 경위와 삼성에 도움을 주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했는지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사이의 부정한 청탁 여부에 대해 최씨가 어떤 증언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최씨는 삼성 측 지원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26일 열리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선 삼성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 전무가 증인으로 나온다. 다만 앞서 증인으로 소환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처럼 자신이 피고인인 재판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엔 박 전 대통령, 최씨와 함께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에 출석한다. 이날 증인으로는 K재단의 박헌영 전 과장,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검찰은 이들에게 롯데가 K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은 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볼 방침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지난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유라 이대 특혜'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