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국내 수입차시장은 정식 수입차 판매가 시작된 지난 1987년 연간 판매대수가 10대 불과했다가 지난해 22만5279대로 3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판매가 늘어난 만큼 수입차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수입차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다른 브랜드 정도로 인식된다.
수입차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국내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수입차업체의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단순 기부에 그쳤던 수입차업체들의 사회공헌활동도 다양한 형태로 변하는 추세다. BMW코리아는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7월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출범했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의 활동은 수입차업체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했을뿐만 아니라 하랄드 크루거 BMW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 해외 지사에 동일한 방식의 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할 만큼 영향력을 미쳤다. 고흥범 BMW코리아 미래재단 사무국장 겸 대외협력이사를 만나 미래재단이 추구하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흥범 BMW코리아 미래재단 사무국장(이하 대외협력이사)은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현대자동차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독일·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를 거쳐 지난 2003년 BMW로 자리를 옮겼다. 고 이사가 BMW에 합류한 2003년은 국내에서 수입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고 이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BMW에 입사한 뒤 회사차를 타고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다 쳐다봤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같은 반응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당시에는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사치품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고 이사는 "과거에 비해 수입차가 많이 보편화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당시에는 수입차가 고가 모델 위주로 판매돼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지금은 소형부터 대형, 고급차라인까지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즈니스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형차보다는 고가모델 위주로 판매됐던 수입차시장 라인업은 이제 연령대와 계층에 맞춰 매우 다양해졌다.
고흥범 BMW코리아 미래재단 사무국장 겸 대외협력이사. 사진/BMW
수입차업체들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철수할 때도 한국 시장을 고집했던 BMW는 20년이 지난 뒤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할 만큼 성장했다. 그사이 BMW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더 의미있는 사회환원을 실천하기 위해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했다. 지난해 1월부터 BMW코리아 미래재단의 사무국장을 역임중인 그는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BMW의 사회공헌활동을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만든 독립된 사단법인"이라며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내부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이를 독립시킨 것은 그만큼 책임감 있게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마케팅을 보조하는 수준의 사회공헌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6주년을 맞이한 BMW코리아 미래재단에 대해 '수입차 최초'라는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고 이사는 "자부심도 있지만 있지만 그만큼 (뒤따르는 책임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 전달되고 미래재단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임감도 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단발성 캠페인이나 기부형태의 사회공헌활동에서 나아가 다양한 목적사업을 진행중이다. 고 이사는 "BMW코리아 미래재단이 내건 핵심가치는 글로벌 미래인재 양성과 나눔문화 확산, 친환경 리더십"이라며 "독일계 자동차회사가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 끝에 BMW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이끌 리더를 양성과 과학 기술 교육에 힘쓰고 나눔문화를 자리잡게 하는 데 노력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사업은 '주니어 캠퍼스'다. 인천 BMW드라이빙센터 내 갖춰진 다양한 체험시설물을 통해 아이들이 자동차의 기초과학원리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독일 뮌헨 BMW본사 외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한국형으로 변형한 주니어 캠퍼스 프로그램을 또 발전시켜 '모바일 주니어 캠퍼스'를 만들었다. 이는 BMW드라이빙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체험시설을 갖춘 11.5톤 트럭이 지방의 작은 도시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과학기술을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고 이사는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아도 소외되는 아이들은 계속 소외된다"며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지역별로 아이들을 만나며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주니어 캠퍼스는 4월 정도면 그 해 신청이 모두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의 주요 목적사업 '주니어 캠퍼스'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동차의 과학원리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BMW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얼만큼을 사회에 기부했는가'라는 잣대로 평가받기도 한다. 고 이사는 이에 대해 사회공헌활동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수혜자를 위한 활동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얼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은 모두 단발성이 아닌 장기프로그램"이라며 "사업을 위탁업체에 맡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BMW코리아 미래재단이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없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누적된 인원이나 효과, 결과에 대한 만족도 등을 지표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이 공업고나 마이스터고 자동차학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BMW와 MINI의 숙련된 테크니션을 멘토로 매치해 1년간 멘토링을 진행하는 '영 엔지니어 드림 프로젝트'가 그 예다. 지난해까지 130여명의 멘티가 프로그램을 이수했으며 올해는 4기 멘티 36명이 12명의 테크니션 멘토와 만남을 가졌다.
수입차업체 사회공헌 1등이라는 평가 만큼 그 중심에 서있는 BMW코리아 미래재단의 책임도 커졌다. 고 이사는 "기업이 수익을 내면 그 사회에 책임을 갖고 공헌활동을 하고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회나 공동체가 원하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나 BMW코리아 미래재단도 이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계획에 대해 고 이사는 "사회공헌 활동은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운영해서 안착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지속가능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려니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6년이 된 이제야 겨우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새로운 사업을 더 확장시키기 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을 다듬고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