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 내부 개혁 추진…2개월간 TF 운영"

심판관리관·감사담당관·노조 참여…"'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직접 사과할것"

입력 : 2017-07-06 오후 4:47:51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앞서 공정위 내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조했던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청산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 자정이 먼저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 공정위가 불신을 자초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김상조 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 신뢰 제고 추진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와 국민들이 공정위에 거는 기대와 요구는 매우 높아졌고 이에 대해 현재 공정위가 요구에 부응할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며 "이에 대해 공정위가 자신감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주소"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꾸준히 사건처리 통제 강화, 퇴직공무원 윤리규정 제정 등 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불신과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도 직원들이 OB(퇴직자)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 직원들이 OB들과 접촉하면서 불신을 자초해온 관행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어왔고, 이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과정과 절차가 더욱 중요하다"며 "내부 직원들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토론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야 공정위가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직 사회에는 재취업 규제나 내부 윤리규정, 그리고 일명 김영란법 등 여러 장치가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 규제를 위에서 바꾸고 아래로 전달하면 제대로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탑 다운(top-down )'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내부에서 의견을 모아 위로 전달하는 '바텀 업(bottom-up)'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불신 해소 방안으로 김 위원장은 먼저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심판관리관과 감사담당관, 위원회 노조지부장 등 3명으로 구성된 TF를 2개월 동안 운영할 계획이며,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은 TF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심판관리관은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투명성,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감사담당관은 국, 또는 과 단위의 의견을 수렴, 그리고 노조지부장은 6급 이하 직원들이 현장에서 가지는 애로 사항 개선 방안을 듣는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나온 안건들을 바탕으로 조사절차 규칙·사건절차 규칙·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는 국회 차원에서 함께 논의를 거쳐 9월에 최종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와 함께 조사편제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잠정적인 방향으로 조사를 맡고 있는 조직을 팀제로 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며 "2~5명 팀으로 조사 조직을 바꿔서 의사결정을 함께 해 조사 부문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체계를 바꾸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신뢰 회복에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인수 합병 심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을 받아 삼성 편에 섰다는 의혹으로 국정농단에 연루되는 등 시장감시 감독기관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사과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공정위가 과거에 잘못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며 이를 국민 여러분께 솔직하게 고민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취임 전 일이라고 해도 이제 모두 나의 책임이며,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기 위해 위원장으로 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억울한 심정도 있다"며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말은 일명 '모피아(MOFIA)'로 불리는 과거 재정경제부 출신 공무원들의 권력 횡포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마피아(MAFIA)와 재경부(MOFE)의 합성어인 '모피아'에 대해 김 위원장은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표현하며 불신을 나타내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 신뢰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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