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전문경영인 한샘…2대 체제 준비중?

포스트 최양하 거론 강승수 부회장, 중국 등 해외 사업 진두지휘

입력 : 2017-07-11 오후 4:32:06
[뉴스토마토 정재훈기자] 한샘(009240)은 다음달 8일 중국 상하이 창닝구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에 1만㎡ 규모의 대형 직매장을 오픈한다. 지난 1996년 B2B(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처음 중국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20여년 만의 B2C(소비자 간 거래) 공략이다. 한샘은 이를 발판으로 국내를 넘어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중국 B2C 시장 공략의 선봉장은 강승수 한샘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성공적 전문경영인 체재로 한샘이 가구업계 왕좌에 등극한 이른바 '최양하 시대' 이후를 주도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 사진제공=한샘
한샘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전략을 통해 국내 가구업계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9345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 당기순이익 127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만 매출액 513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4309억원)보다 20% 가량 분기 매출액이 상승했다. 올해는 최초로 연매출 2조원 돌파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초고속 성장의 바탕에는 최양하 한샘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자리했다는 평가다. 지난 1979년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한 최 회장은 창업주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을 도와 회사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 1994년에는 대표이사 전무로 승진하며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이후 최 회장은 올해로 2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이 회사 경영을 책임진 이후 한샘은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지난 1998년 한샘의 연실적은 매출액 1737억원,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2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연매출 5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그해 12월 최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회장으로써 경영을 맡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20%가 넘는 경이로운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한샘이 '포스트 최양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이면 최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지 25년째가 되는데다 우리 나이로 70세가 되기 때문이다. 후계자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이번 중국 매장 준비를 진두지휘한 강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최 회장 다음으로 직급이 높을 뿐 아니라 맡고 있는 사업분야도 회사의 미래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 부회장은 인테리어 부문, 직영점, 해외시장 사업을 총괄하고, 최 회장은 부엌가구 부문, 대리점, 국내시장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승수 한샘 부회장. 사진제공=한샘
부엌가구를 중심으로 한 국내시장은 한샘의 '캐시카우'다. 이미 완성된 한샘의 현재이자 과거라는 뜻이다. 그러나 가정용 가구, 건자재 등 포괄하는 인테리어 사업은 그룹의 미래다. 특히 이번에 B2C 건자재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한샘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관련 시장규모가 740조원이 넘는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그룹 경영의 무게추가 최 회장에서 강 부회장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올 것이란 의견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지만 지난 2012년 조 명예회장의 외아들 원찬씨가 사망하면서 지금은 세 딸만 남았다. 물론 고인에게 두 아들이 있지만 이들은 아직 10대 중반의 나이로 회사 경영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또한 조 명예회장은 장녀 은영씨와 차녀 은희씨, 삼녀 은진씨 등 세 딸 가운데 한 명에게 지배구조가 쏠리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 모양새다. 딸들에게 각각 한샘이펙스, 한샘도무스, 한샘넥서스 등 3개 주요 계열사를 나눠준 형태다. 장녀 은영씨는 한샘이펙스 지분 22%를 보유한 3대주주다. 최대주주는 모기업 한샘(38%)이고 2대주주는 최양하(25.6%) 회장이다. 은희(24.75%), 은진(28.6%)씨는 각각 한샘도무스와 한샘넥서스의 2대주주다. 최대주주는 역시 한샘(한샘도무스 37.71%, 한샘넥서스 36.5%)이다. 게다가 세 딸들의 한샘 지분율은 각각 1.32%, 0.88%, 0.72%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능한 경영진들이 싱크대 회사였던 한샘을 1등 가구회사로 탈바꿈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며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녀들 가운데 후계자로 내세울만한 사람이 없는 만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기존 경영 방침은 최양하 회장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회사 내부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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