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지난 14일 부산 영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롯데캐슬 아파트.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면 음성명령만으로 집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됐음을 알 수 있다.
KT 모델들이 부산 영도 롯데캐슬 기가지니 아파트에서 음성명령으로 가전기기·공기상태·에너지 사용량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KT
거실의 TV와 그 옆에 놓인 KT의 인공지능(AI) 셋톱박스 겸 스피커인 '기가지니'가 핵심이다. 지난 1월 출시된 기가지니는 5개월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섰다. 기가지니는 TV 연동을 비롯해 날씨·교통·일정관리 등과 홈 IoT(사물인터넷) 제어, 음성·영상 통화 등의 기능을 갖췄다.
외출 후 돌아와 기가지니에게 "지니야, 우리집 상태 어때?"라고 물으면 실내 공기 상태와 부재중 도착한 택배, 이상이 감지된 가전기기, 최근 일주일간 집 앞을 다녀간 방문자 이력 등이 TV 화면에 표시된다.
전기·가스·수도 사용량도 알 수 있다. 지난달 대비 사용량이 어느 정도 많거나 적은지 표시돼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음성으로 로봇청소기나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작동시키거나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도 있다. 지정된 택배 부스에 택배가 도착하면 TV 화면을 통해 알림이 온다.
부산 영도 롯데캐슬 아파트는 KT 기가지니 시스템이 적용된 첫번째 아파트다. 전세대에 기가지니 1대씩이 무료로 제공되며 KT의 IP(인터넷)TV인 올레TV를 신청하면 입주 지정일부터 1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와이파이 기능이 적용된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오븐·세탁기·에어컨 등의 가전제품만 기가지니와 연동이 가능하다. KT는 향후 다른 가전사의 제품으로도 연동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IPTV를 사용하더라도 기가지니에서 알려주는 기본 화면은 제공된다.
최근 완공된 아파트들도 벽에 부착된 월패드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전과 조명, 난방 등을 조절할 수 있다. KT 기가지니 아파트는 이러한 기능을 음성명령으로 구현했다는 점과 TV 화면을 통해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기가지니의 AI엔진과 아파트 단지 관리시스템, 가전사의 시스템이 연동됐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요구하면 이를 실행한 결과를 TV 화면과 앱(KT 홈매니저 앱)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KT 기가지니 아파트의 IPTV 화면. 집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보여준다. 사진/KT
아파트 서비스는 인터폰부터 시작해 방문자를 내부에서 볼 수 있는 비디오폰을 거쳐 조명·가스·난방 등을 제어하는 초기 홈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이후 홈네트워크의 표준화가 추진됐고, 주차 관제·무인택배·엘리베이터 제어까지 진화했다. 지난해 이를 스마트폰 앱으로 제어하는 서비스가 등장했고 KT가 음성명령까지 더했다.
진정한 AI 서비스까지는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전기·가스 사용량이나 누가 어떤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쌓여야, 이를 바탕으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날 서비스 설명을 맡은 김근영 KT 홈IoT사업담당 상무는 "최소한 4000시간 정도 사용한 데이터는 있어야 딥러닝(기계심화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별 목소리도 학습하면 아빠나 엄마, 자녀 등 개인에게 맞춘 AI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기가지니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역별 사용자들의 말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사투리도 학습 중이다. 우선 경상도의 사투리 억양을 학습했다. KT 관계자는 "기가지니는 아직 사투리의 특정 단어까지는 아니지만 우선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을 학습했다"며 "다양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의 사투리나 중국어·영어 등의 학습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5만 세대, 내년 15만 세대 등 2018년 말까지 20만 세대에 기가지니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KT의 부동산 전문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는 대구 수성구, 광주 쌍암동 등에 기가지니 아파트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림·한화 등 대형 건설사와 주요 지역 건설업체 등 10개 건설사들과 손잡고 기가지니 아파트를 늘려갈 계획이다.
부산=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