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포스코, 그룹 1위 삼성그룹'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구직 중인 대학생 1015명을 대상으로 '일하고 싶은 기업'을 물었다. 가장 일하고 싶은 1위 기업과 그룹으로 각각 포스코와 삼성그룹이 선정됐다. 이어 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공사와 CJ E&M, 카카오가, 그룹으로는 CJ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순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와 삼성그룹은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각각 19위와 2위에 그쳤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2015년 순위권 밖에서, 지난해 19위로, 올해 1위로 수직상승하며 대한민국 철강 국가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포스코와 삼성그룹 모두 1위 선정의 배경이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이 꼽혀 기업 입장에선 뿌듯할 만도 하다.
대기업은 모두가 선망하는 일자리다. 동시에 취업시즌 때마다 청년들에게 무기력감을 안겨주는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한다. 가까스로 서류전형을 통과하더라도 필기시험, 토론면접, 영어면접 등을 거치면서 실력의 한계를 느낄 때는 좌절감과 자기비하를 느끼기도 한다. 취업을 위해 다시 비싼 돈을 들여 학원을 다니거나, 스터디를 조직하지 않고서는 취업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 광탈절(빠르게 탈락하는 날), 사망년(스펙 준비에 고통받는 대학 3학년), 서류가즘(서류전형만으로 느끼는 큰 기쁨) 등과 같은 신조어는 청년실업의 고통을 대변하는 신조어다.
공교롭게도 포스코와 삼성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나란히 이름이 거론되며 정경유착의 오명을 떠안아야 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로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고, 포스코도 권오준 회장 선임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삼성은 "돈도 실력"이라고 했던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도맡았다는 점에서, 삼성맨을 지향했던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허탈감을 안겼다.
이외에도 재벌로 불리는 대다수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내며 정경유착의 관행을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재벌기업들의 해명은 끊임없이 입사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에게 도덕성 포기를 요구하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이상은 비참한 현실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는다.
대학생들은 입사를 위해 수천자의 자기소개서 속 오탈자를 점검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영어점수와 각종 자격증 등 스펙을 쌓는다. 수많은 지원자들 속에서 자신을 돋보일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치른다. 그렇게 어렵게 입사한 기업이 총수일가 등 특정인과 세력을 비위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보다 자괴감이 먼저 들 수 있다. 기업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마지못해서가 아닌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