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정부가 임금체불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체의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방향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식품위생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개인정보보호법, 석유사업법 등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이 확정된 사업체 정보 및 처분 내용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반면 근로기준법에는 행정처분 사업체 정보를 공표할 근거가 없다. 제43조의 2에 따라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은 3년 이내에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체불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자에 한정된다. 최근 논란이 된 이랜드파크 사례처럼 본사·직영점 차원에서 상습·조직적으로 체불이 이뤄진다고 해도 사업체가 시정지시를 이행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는 데 그친다면 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그동안 감독 대상 사업체 명단이 담긴 근로감독 계획을 미리 알리고,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할 때 사업체명을 가리는 방식으로 체불 사업체를 공개해왔다.
다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돼도 사업체 공개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행정처분 횟수, 시정지시 이행 여부, 체불금품 규모, 사업체 규모 등과 상관없이 모든 행정처분 내용이 공개되면 비교형량 관점에서 사업체의 이익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권리를 구제받는 대상이 해당 사업체의 노동자에 한정돼,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에는 명단 공표로 얻게 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업체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공표 대상은 고의·상습적 체불 사업체, 고액 체불 사업체, 다수 피해 사업체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일용직 비중이 크고 임금체불 관행이 만연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미용·패션업계, 유통업계 등이 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회에 계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함께 처리되면 최저임금 위반에 따른 벌칙도 행정처분으로 바뀌어 이른바 ‘열정페이’를 악용하는 사업체명도 공개가 가능해진다.
우선 고용부는 유명 프랜차이즈점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근로감독에서 프랜차이즈별 근로조건 준수 실태를 비교·분석해 공개하고, 그 효과를 개정안 마련 과정에 참고할 계획이다.
최저임금비정규직철폐만원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1번가 앞에서 '청년대학생 최저임금 1만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열정페이 강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 장시간 열정페이 강요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