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여름철 몸이 으슬거리거나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으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 감기나 근육통 증상으로 여겼다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악화되는 대상포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69만1339명으로 2012년(57만7157명) 대비 20%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42만1000명으로 남성(27만339명) 환자 대비 1.5배 많았다.
대상포진 환자는 5월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8월에 최다를 기록한다.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와 냉방기 가동으로 인한 실내·외 큰 온도 차 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름철 지친 몸을 공격하는 대상포진은 어느 질환보다 위협적으로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붉은 반점이나 수포 등을 동반하는 대상포진은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매우 극심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길의대에서 만든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22점으로 출산 고통(18점), 수술 후 통증(15점)보다 큰 것으로 밝혀졌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재활성화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릴 적 수두를 앓았다면 발생할 수 있으며, 감기 몸살과 유사한 통증에 이어 붉은 반점과 수포가 띠 모양으로 생기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수포는 1~2개의 피부신경분절에 국한돼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할 경우에는 증상이 전신으로 퍼져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대상포진은 진단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신경 손상 및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대상포진 치료의 골든 타임인 72시간 내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신속히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기덕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상포진 초기에는 피부 수포 없이 권태감, 발열, 오한과 같은 감기 몸살 증상 또는 해당 피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증상이 보인다"며 "평소 초기 증상을 기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낮아지는 여름철이나 환절기에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다면 질환을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이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징후가 호전되더라도 환자 10명 중 1~2명은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포진 합병증은 증상이 나타난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수포가 발생한 자리를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통증이 지속되며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이상 감각이나 머리카락이 닿기만 해도 통증(이질통)이 나타날 수 있고 통증이 지속되면 우울증까지 겪을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이 안면부에 발생했다면 안면 신경마비나 각막염, 시력 손상과 같은 안질환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으며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까지 침범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아진다.
박기덕 신경과 교수는 "대상포진 합병증은 고령으로 올라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은 흡연 및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평소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면역 세포 강화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 합성을 위해 매일 2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도 일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면 발생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므로 면역 억제 치료를 예정 중인 환자나 고령층 등 대상포진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이들은 백신 접종을 고려하라"고 전했다.
무더운 날씨로 면역력이 쉽게 저하될 수 있는 여름철에는 대상포진을 주의해야 한다. 피부 수포 없이 권태감, 발열, 오한과 같은 감기 몸살 증상 또는 해당 피부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