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완성차업체 노조들이 경제상황과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파업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총파업 보류 결의대회 등을 가지며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했던 파업을 미루고 비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 이는 파업을 강행하던 여느 때와는 다른 행보다. 매년 이맘 때면 여름 휴가를 앞두고 하투(夏鬪) 전운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각사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여름휴가 전까지는 파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으며 휴가중에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파업 보다는 고용 보장에 무게를 둔 교섭이 진행중이다. 쌍용자동차는 7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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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005380)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가결했지만, 이달 31일 여름 휴가 전까지 파업 없이 집중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6일 22차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지난 18일 현대차 노조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여름 휴가 전에는 파업에 돌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 5년 동안 현대차의 노사협상 행보를 봤을 때 노조의 휴가 전 파업 보류는 이례적인 결정으로, 회사측의 경영상황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박유기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현재 노사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해 여름휴가 전까지는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에도 21차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 이후 2주 만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번 22차 교섭은 사실상 31일부터 시작되는 여름휴가 전 마지막 임단협이기에 이날 노사가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여름휴가 전 집중교섭에서 성과가 없을 시 휴가기간이 끝난 뒤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파업 투쟁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노조가 울산 북구 현대차문회회관 체육관에서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지엠 노조는 고용 보장에 가장 방점을 찍고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측에 미래 발전 방안을 제시해 불안한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4일 18차 임금교섭을 마쳤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 확보로 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지만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산업은행 한국지엠 지분 매각 반대 촉구 결의대회'를 가지는 등 한국지엠 철수설 등을 염두에 두고 당장의 파업 보다는 회사와의 협상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측이 3년 연속 적자 등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철수 시 최악의 경우 모두가 실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제임스 김 사장까지 사임하면서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엠측은 이번 임금교섭에서 제출한 제시안에 대해 노조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보통 한 주에 두 번씩 임금교섭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19차 임금교섭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지엠측은 노조와 원만한 합의도출을 위해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일대에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산업은행 한국지엠 지분 매각을 반대하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쌍용차(003620)는 이번주 중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쌍용차 노조는 올해 11만8000원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기본급 인상분의 두 배 수준이나 지난해 노조가 요구했던 기본급 인상분이 12만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올해도 노사간 이견을 좁혀 기본급 인상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해왔고 올해도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노사간의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좁혀 최종타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계속해서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중이다. 지난주 열린 5차 임금 협상에서 르노삼성은 기본급 3만7400원 인상안이 포함된 제시안을 내놨으나 노조측과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측은 "6차 임금협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여름휴가가 끝난 뒤 8월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노조가 당장 파업에 돌입할 만큼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