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여름 휴가철이 절정에 달했다. 들뜬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무더위를 휴가지가 아닌 집에서 보낼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TV 브라운관을 통해 휴가지의 현장을 눈으로만 즐길 뿐이다. 한국장애인총연맹에 따르면 장애인 세명 중 한 명은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철이면 붐비는 바다나 계곡을 가본 이들도 절반 수준이다. 휴가 비용도 문제이지만 부족한 편의시설 탓에 휴가지가 아닌 집을 택하고 있었다. 모아스토리는 장애인들에게 여행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모아스토리를 이끄는 강민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 들어봤다.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모아스토리. 좁은 계단을 올라가 맞이한 2층 사무실은 하나의 사진관이었다. 모아스토리는 청파동 사진관으로 더 유명하다. 숙대입구역 부근 청파동 골목에 자리잡은 청파동 사진관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사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지원해주며 사회적 역할도 함께 해왔다. 그러던 중 건물을 헐게 되면서 지금의 갈월동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청파동 사진관 주인이 지금의 모아스토리를 이끄는 강민기(사진) 대표다.
PD출신인 그가 사회적기업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스스로 만족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닌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들이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소외돼있다고 느꼈고, 점점 세상을 보는 시야를 더 넓혔다.
그러면서 그가 자주 제작한 것이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다. 런던 장애인 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당시의 일이다. 6~7개월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육교 탓에 한시간을 돌아서 건너편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횡단보도가 있었으면 3분이면 건너갈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을 걸려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만 걸리게 하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애인들의 이동이나 여행을 도와주는 미디어콘텐츠가 하나 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비영리 조직으로 시작된 모아스토리는 2015년 법인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모아스토리는 장애인들을 위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메인으로, 결혼이주여성이 참여하는 콘텐츠 제작, 청소년 미디어 교육 등 총 3가지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특별함이 아닌 일상"
모아스토리의 메인 사업은 이지트립이다. 말그대로 장애인들이 쉽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 사업이다.
"환경이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여행하기가 너무 힘들다. 미리 답사를 가서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면 장애인들이 해당 장소에 가기 전에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상은 4~5분 가량으로 길지 않다. 현재 모아스토리의 이지트립 사업에는 4명의 장애인 리포터와 비장애인 체험단이 함께 일하고 있다. 리포터와 체험단은 여행지를 가는 동선을 미리 답사하면서 불편한 점을 영상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남산, 잠실 야구장, 덕수궁, 서울숲 등 다양한 여행지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도 소개하고 있다.
"외부에서 장애인들은 먹고 싶은 음식점을 찾기보다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경사가 있거나 식당 입구에 문턱이 있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다. 어떤 동네에서는 1시간을 넘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을 찾은 적도 있다."
지금까지 30편 가량의 영상이 제작됐으며, 모아스토리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누구든 영상을 볼 수 있다. 현재는 내년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평창을 포함한 강원도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이지트립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지역을 처음 찾는 관광객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지금까지 30편을 제작했지만 앞으로 콘텐츠 양을 꾸준히 늘릴 것이다. 현재는 남영역에서 가로수길 가는 방법 등으로 한정돼어 있지만 집앞에서 나와 어디든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장애인 리포터와 체험단이 여행지 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모아스토리
혜택을 주는 입장에 서 있는 결혼이주여성
두번째 사업은 결혼이주여성이 참여하는 콘텐츠 사업이다. 지난해 서울시와 작업하면서 결혼이주 여성들을 만난 강 대표는 해당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이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의 사업으로 이주여성들과 만났다면 올해부터는 모아스토리의 사업으로 이들을 만나고 있다. 필리핀, 몽골, 대만, 캄보디아, 일본, 중국 등 9개 국가의 이주여성들은 '비빔맘'으로 불린다. 여러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모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책을 통해 해당 나라의 문화를 소개해주는 영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국어와 한국어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이들의 장점을 살린 사업인 셈이다.
"결혼이주여성이 혜택을 받는 입장이 아닌 혜택을 주는 입장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결혼이주여성은 취약계층으로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현재 영상 샘플 작업은 마친 상태이며, 올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책을 통해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모아스토리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
청소년 미디어 교육은 지난 2012년부터 진행한 사업으로, 이미 업계 내에서도 모아스토리의 노하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연 70회 가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 청소년 단체와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팟캐스트를 만들거나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또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도 병행한다.
"지금의 장애인과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업이 모두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통해 시작됐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며 이 같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것을 자체 사업으로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 미디어 교육은 모아스토리의 수익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창출한 수익으로 현재 이지트립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모아스토리는 크게 3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사회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적극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시장에서 이미 어느 누가 잘하고 있다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회에 필요하지만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뛰어든 사람이 없다면 우리가 할 것이다. 사회에 필요한 일을 최대한 많이 해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 그의 목표가 달성되는 때가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