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제보 조작사건과 관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반성하겠다”고 사과한 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당 의원 13명이 “제보조작이라는 사건에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월27일에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선당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다음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사건으로 흔들리는 당을 구한다는 게 안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이다.
당초 안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당의 정체성 등을 우려한 당내 지지층 및 일부 지역위원장들의 요구가 이어지면서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이와 관련해 당내 주요 중진의원들과 당권주자, 초·재선 측근 의원들을 두루 접촉하며 의견을 수렴했지만 대부분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당 안팎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다. 제보 조작사건이 마무리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제보 조작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유미씨는 진심캠프 시절부터 활동하던 국민의당 당원이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발탁한 영입 1호 인재이기도 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대선 패배의 근본 책임은 내게 있다”며 “나 스스로 내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안 전 대표가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반발이 커지며 당내 내홍으로 번질 조짐이다. 조배숙,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현역 의원 12명은 즉각 출마 반대 성명을 내고 “책임정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경진 의원도 개인 성명을 통해 “아직은 자숙하고 성찰하며, 정치인으로서의 실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교동계 등 당내 원로그룹에서는 탈당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당 고문단이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실제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와 구 민주계 원로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안 전 대표의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대선 패배 책임과 측근의 제보조작 사건 연루 문제가 다른 후보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제보조작 사건의 그림자를 걷어냈지만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다시 회자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당내 반발에 “당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 본다”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최대한 소통하고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안 전 대표가 당내 일부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도 다 고려하고 출마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