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독일차 5사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담합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 수입디젤차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BMW, 벤츠에 대한 소송이 시작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수입차시장을 주름잡던 독일 브랜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디젤차의 점유율은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등록된 수입차 중 디젤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49.3%로 지난해 같은기간 63.4%에서 14.1%포인트 낮아졌다. 7월까지의 수입디젤차 등록대수도 지난해 8만3962대에서 6만6982대로 20.2% 감소했다.
수입디젤차의 7월 점유율은 43.9%로 지난 6월 46.2%, 5월 51.4%에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BMW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를 중심으로 2015년 11월 73.3%에 달했던 정점과 비교하면 수입디젤차 점유율은 올 들어 전체 판매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서 시작된 수입디젤차의 판매 감소세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물론 벤츠와 BMW 등 독일차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디젤차 위주의 라인업을 갖춘 독일차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50.2%로 전년동월대비 7.4%포인트 줄었고 올해 누적 기준으로도 전년대비 5.9%포인트 밀린 57.5%다.
지난 2015년9월 디젤게이트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독일차 점유율은 74.6%에 달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 중 3분의2 이상이 독일차일 만큼 수입차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그 사이 하이브리드차(HEV) 라인업 위주의 일본차 점유율은 10%를 겨우 웃돌던 수준에서 20%대로 올랐다.
한국에서 독일차의 수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미국차에 비해 절대적 숫자는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하락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독일 자동차브랜드 5사의 담합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독일과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소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BMW와 다임러그룹,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5사의 담합 의혹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확산돼 지난달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이들 5개사의 반독점법 위반을 주장하는 소장이 접수된 바 있다. 독일차들이 5자서클을 형성해 20여년간 기술적 발전을 늦추고 경쟁을 해쳐왔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현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해당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독일차들의 담합에 대한 소송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일 포르쉐와 벤츠, BMW 차량 소유주 7명이 3사의 배출가스 관련 조작 및 담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에서는 "'일부 배상'의 형태로 원고 1인당 1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소송 과정에서 배상액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디젤차로 수입차시장을 석권했던 독일차들이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락세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입차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독일차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