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유럽에 이어 국내산 계란에서도 초독성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돼 모든 마트에서 계란판매가 중지되는 등 '계란대란'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부터 이상 기온에 닭 진드기가 확산돼 농가들이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허술한 위생관리가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계란 살충제검사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친환경 농가는 '피프로닐' 살충제 성분이, 경기 광주시 농가에서는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개와 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할 수는 있지만 닭에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로 사람이 만지거나 삼켰을 때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대량으로 노출되면 신장과 간, 갑상선을 손상시키며, 비펜트린의 경우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인간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파문은 예견된 참사다. 작년부터 이상 고온 현상으로 닭 진드기가 확산되자 일부 농가들이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는 관련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내산 계란의 전면조사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은 '유통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를 열고 "작년 산란계사육농가 탐문조사를 보면 61%의 양계농가에서 닭진드기 감염과 관련해 농약사용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농약사용에 대한 교육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밀집 사육해 계란을 생산하는 국내 양계장의 특성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닭 진드기의 감염률이 매우 높아져 작년 기준 국내산 닭의 진드기 감염률은 94%라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단 정부는 이날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15일 0시부터 모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키는 한편 전국 산란계 농장 1456여곳에 살충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3일 이내 전수 검사를 한 후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하고, 부적합 농가가 나오면 유통 중인 계란을 즉시 수거해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또 계란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6일부터 평상시 계란 물량의 25% 정도를 유통하기로 했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전체 농가 중 친환경 농장 780곳을 포함한 전체 1456곳 전체를 3일 내에 검사완료할 것"이라며 "이날 오전에만 계란 전체 생산물량의 50%를 차지하는 20만수 이상 기르는 농가의 시료채취가 끝나, 검사결과 안전하다는 검사증빙서가 있으면 바로 유통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3~4일 정도 기다리면 계란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