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사문화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부활시킨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본 8·2 대책을 전체 과열지역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풍선효과 등에 따른 국지적 과열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8·2 대책이 시행되고 1개월이 갓 지난 시점에서 대책의 효과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만으로도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5일 8·2 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7월 말까지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등의 집값이 대책 시행 이후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서울의 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7월 5주 0.33%에서 8월 1주(–0.03%) 하락 전환돼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성남 분당과 대구 수성은 8·2 대책 이후 과열 추세다. 8월 4주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분당이 0.32%, 수성은 0.26%였다. 이 같은 과열은 두 지역의 규제 수준이 주변 지역보다 낮아 투기수요가 쏠린 풍선효과와 교통망 개선 및 지역 개발사업 등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집값 상승률, 주택청약 경쟁률, 주택보급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보단 과열 조짐을 보이는 타 지역에 대한 경고로서 의미가 강하다. 8·2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만큼 과열 지역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규제를 확대하되, 그 전 단계까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속되는 추가 조치는 투기수요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속적으로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 그 자체로 시장에 충분한 신호가 돼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치에서 인천 연수구·부평구, 안양 만안구·동안구, 성남 수정구·중원구, 고양 일산동구·서구, 부산 청약조정대상지역 7개 군·구와 서구의 이번 투자과열지구 지정을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 연수·부평의 경우 아파트가격이 8월 4주 기준으로 각각 0.15%, 0.10% 올랐다.
오히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이 투기과열지구 지정보단 더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2015년 4월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바뀌어 이후 적용 사례가 없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기존 분양가격이 주변 집값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양가가 낮으면 청약 과열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분양가상한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관리로 지속적인 분양가 안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여정부 시절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떨어지자 분양 자체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집값이 올랐던 선례가 있는 만큼, 다각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 교수는 “공급이 줄어들면 시장에선 전셋값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도 “정책 하나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면 그야말로 기적”이라며 “강남 재건축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의 투기수요는 대부분 정책이 만든 가수요다. 투기만 잡겠다는 기계적인 사고보단 가수요를 어떻게 실수요로 바꿀지, 각종 규제들이 실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앞에서 시민이 전세를 비롯한 매물이 적힌 종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