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정부가 투기 수요를 근절하겠다며 고강도 규제를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을 잡는 데는 효과가 있었으나 연이은 보완책으로 정작 실수요자인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급자인 건설업계와 부동산업체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후속조치에 건설산업이 침체된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5일 건설·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8.2 대책이 시장에 단기간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입을 모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8.2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매매가격 및 거래량이 급격히 둔화됐다"며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8.2 대책의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양 본부장은 이날 발표된 8.2 대책의 후속조치에 대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되는 지역은 거래량 감소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과거에도 분양가를 잡는 데 효과를 주지 못했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가 분양시기를 조절하거나 재정비사업의 속도를 늦추는 등 분양물량 줄고 이에 따른 분양가 및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8.2 대책은 서울과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의 과도한 집값 상승을 제어하는 데 상당 부분 효과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후속조치는 정부가 과열 양상이 보이는 지역이 있다면 얼마든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며 "한쪽으로 치우쳐 과열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충분한 준비 없이 발표돼 시장 혼선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을 골자로 큰 틀에서 먼저 새 규제를 적용한 후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잇따라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뿐 아니라 다주택자까지 갑작스런 제도 변화로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권 팀장은 "정부는 8.2 대책을 발표한 직후 당초 내용을 수정하는 보완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며 "이에 따른 시장 혼선 결과적으로 소비자 중 특히 서민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이 과도기를 거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정부는 소비자들의 혼선이 없게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나 문구로 최대한 정확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업계는 정책이 기본적으로 투기 수요를 막는데는 일조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규제 정책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투기세력이 많이 빠졌다"며 "단기적으로도 집값이 다소 안정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고강도 8.2 대책에다가 연이은 후속조치로 주요 시장의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라며 "일부 건설사가 시장 상황에 맞춰 하반기 검토했던 사업지의 추진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정부는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까지 내놓으며 연일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지만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건설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관련 협회 차원에서도 건설사의 애로점이나 고충에 대한 의견 수렴도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로부터 수시로 정부 정책에 따른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조만간 간담회 형식을 통해 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2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는 급매물 등 매매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