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마광수 교수의 죽음과 관련한 단상(斷想)

입력 : 2017-09-12 오전 6:00:00
마광수 교수가 2017년 9월 5일,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66년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담론은 사후에도 뜨거운 진행형이다. 말하자면, 그의 죽음이 있었기에 이 사회는 달구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학 현실 한탄하던 천생 소설가” “내가 오해했던 그 남자, 마광수” “욕망과 자유를 아는 자를 찾아라” 등, 언론 매체에서 마광수의 문학적 속살과 그의 삶을 연결 짓는 글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도 고조된 사회적 관심의 반영을 방증한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글들의 대부분은 애도하는 성격이 짙고 그에 대한 편견이 지나쳤다는 의견이 주된 흐름을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이 글도 그런 애도의 글에 상당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필자는 그의 문학 외적인 삶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판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쓴다. 마광수는 시인이며 소설가이기 이전에 교수였고 한 사람의 자연인이었다. 문학적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교수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에게 자살을 선택하게 할 만큼 그에게 중대한 과오가 있었고 결정적 하자가 있었는지에 대한 인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명사의 죽음, 유명인의 죽음도 때로는 보통의 시각에서 들여다볼 줄 알아야 세상은 공정한 것이다.
 
마광수, 어쩌면 그는 살아가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더 무서워했고, 그보다 더 무서워했던 것은 문학을 떠나 사람과 사람의 경계였을지도 모른다. 짐작컨대, 마광수를 괴롭히고 그의 곁을 맴돌았던 ‘우울증의 바람’은 무척이나 혹독했을 것이다. 그의 죽음으로 우울증이 멈추고 난 후, 그의 지인들과 제자들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앞으로 이 사회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
 
“위선과 가식으로 오염된 세상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싸우다 꺾여버린 인문학적 지성의 정수이신 그분을 기억할 뿐입니다.” 연세대학교 동창회 밴드에 올라온 어느 졸업생의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인식을 제대로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적어도 그는 인간적으로는 지탄받을 인격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접근하게 해주고 또한 합의하게 해준다. 안타깝게도 그와 나는 아무런 문학적 인연도 학문적 인연도 없어서 그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인품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강의를 둘러싼 담론과 한 인간으로서의 인간성에 관한 문장들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유효하고 긍정적이었다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말하자면, 교수로서의 강의와 학생들에게 대한 태도와 양심에는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자들에게 마음에 담을 만한 스승이 된다는 것, 그 자체는 교수로서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그런 스승이 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문인으로서 뛰어난 문학적 업적에 도달하지 않았고 외설 시비의 중심에 섰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에게 죽음을 강요했다는 사실 만큼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자살은 얼마나 고통스런 선택인가. 보다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흠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이다. 그가 가진 문학의 세계도 넓게 보면 다양성의 범주에 속한 하나일 뿐이다. 성숙되지 못한 우리의 편견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역사는 기록될 것이다. 더불어 왜 우리는 그의 문학 외적인 삶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점도 향후 우리의 과제로 기록될 것이다.
 
곧 단풍이 물들 것이다. 마광수, 그의 이름도 연중행사처럼 우리들의 가슴을 물들이기 위해 찾아 올 것이다. 그래도 그는 ‘사라’를 잃어버렸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윤동주’ 라는 시인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선물을 주고 갔다. “윤동주는 주석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게 쉽게 시를 썼소, 문학이 결국 소통 아닌가.” 라는 그의 언급은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말로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마치 유언처럼 들린다. 올 가을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물들 단풍에 윤동주의 시집 제목처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내려앉을 것이다. 마광수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어 우리의 곁을 맴돌 것이다.
 
마광수 교수님, 부디 저 세상에서는 염라대왕의 문학 선생이 되어 영원불멸의 삶을 누리소서.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홍연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