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아주저축은행·SBI저축은행·OK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저축은행들이 기업여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은 만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겨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개인 신용대출 확대가 불가피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아주저축은행은 최근 영업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여신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주저축은행은 기업과 가계대출 비중을 현재 5대 5에서 6대 4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나갈 예정이다.
아주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가계대출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기업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대출과 더불어 500억원 수준인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전환사채(CB)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BI저축은행은 최근 스톡론(주식매입자금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등 개인대출을 축소하고 기업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스톡론은 증권사가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연계해 투자자들에게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주식투자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개인대출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자체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 등을 통해 개인대출을 확대해왔지만 정부의 규제로 앞으로는 개인대출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OK저축은행 역시 기업대출 확대를 추진한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잔액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현황 등을 감안해 기업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5개 저축은행 CEO를 소집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억제하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지난해 12월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18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1조8284억원)보다 10.4% 증가한 수치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에는 '금리 절벽 해소'를 위해 중금리대출 확대를 유도하다가 이제는 가계대출 억제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개인대출 영업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대기업 여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저축은행·OK저축은행 등이 중소기업 여신을 확대키로 했다. (왼쪽부터)OK저축은행 종로지점과 아주저축은행 본사.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