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진그룹 재무 사정이 15년 전으로 후퇴했다. 지난해 그룹 총 순이익이 7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한진해운 사태의 후폭풍에 시달린 모습이다. 무리하게 한진해운을 욕심내다, 계열사의 손실만 초래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배임 논란도 불거졌다. 자택공사 비리로 사법 리스크에 몰린 조양호 회장 앞에 '경영'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지난 12일 조 회장의 자택 공사 비리 혐의 관련해 구속됐던 회사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은 오는 19일 경찰에 소환된다. 회삿돈을 빼돌린 사용처의 당사자로서 경찰에 출석하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같은 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0년 이후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 사례로 조 회장 등을 지목하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빈번하다는 의미의 ‘3·5 정찰제’를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기류를 감안하면 조 회장으로서는 험로가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조 회장을 업무상배임 및 제3자 뇌물공여죄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에 약 7771억원의 부당한 자금을 지원했으며, 한진그룹 총수일가 소유의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일감몰아주기를 했고, 수사 무마를 조건으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제3자 뇌물공여를 했다는 혐의다.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7억1500만원을 부과한 처분이 최근 항소심에서 취소 판결을 받았으나, 공정위는 상고로 최종 승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 7월21일 2심에서 넥슨과 얽힌 뇌물 혐의로 징역 7년이 선고되면서 대한항공 관련 뇌물죄도 유죄가 인정됐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간다. 뇌물수수자의 죄가 확정되면 공여자의 혐의도 짙어진다.
특히 한진해운 지원 건은 조 회장에 대한 경영 책임론을 부추긴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의안분석기관들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한진해운은 이미 2013년 부채비율 1400%, 영업적자 3000억원 등 채무변제 능력을 상실했으나, 조 회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으로 대한항공을 통해 총 7771억원을 우회 지원했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대부분 손실처리됐다.
이 같은 부침 속에 그룹은 급격히 쇠락했다. 조 회장이 처음 동일인으로 기록된 2002년부터 2007년까지는 성장 국면을 보였으나, 2008년 1조82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동일인이던 2001년 그룹사 전체의 자본총액은 6조1570억원, 자본금은 1조4200억원이었다. 지난해 그룹사의 자본총액은 4조7620억원, 자본금은 1조1740억원이다. 심지어 회사의 ‘종잣돈’마저 갉아먹었다. 2001년 자산총액은 21조5960억원, 매출액은 15조2310억원, 당기순이익 -7510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각각 29조1140억원, 15조920억원, -7560억원을 기록해 조 회장이 회사를 물려받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한 회귀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