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 핵보다 무서운 세 가지 경제 폭탄

입력 : 2017-09-18 오전 6:00: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북한 6차 핵실험이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지원 제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추가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UN에서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서명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다. 미국은 괌을 사정거리로 두고 일본 영토를 넘어 수천 킬로미터까지 날아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 유례없는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시도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군사적 조치를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일본 본토를 가로질러 태평양 해상으로 떨어진 미사일 도발에 아베 총리는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개인적인 비리 의혹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던 아베 총리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심폐 소생시킨 셈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미치는 파장은 미국과 일본 이상이다. 보수 야당이 주장해 온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무장이 점차 국민 전체 여론의 호응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검토한다는 발표에 대해 야당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국민 여론 역시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급기야 정부의 대북 대응 태도를 놓고 국민들 사이의 ‘남남갈등’이 점차 그 덩치를 키워가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북한 핵이 주는 안보위협보다 그 피해를 가늠하기 힘든 경제적 폭탄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선 미국발 경제 폭탄이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한층 더 중요해졌지만 경제적 관계는 더욱 예민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안보적 성과가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경제에 쏠려 있다. ‘트럼프노믹스’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미국의 대외무역 적자 해소와 무임승차 안보 비용 분담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위협의 한복판에 서 있는 시점에도 한미FTA폐기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상승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최신무기 구입을 요청해왔다고 전해진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라는 최고 수준의 안보 위협을 받는 우리 정부가 안보와 결합된 미국의 경제적 요청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기는 상식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대규모의 복지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않고 있는 정부로서는 미국발 경제 폭탄이 당장에 북한 핵보다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론 중국발 경제 폭탄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의 단둥으로부터 북한의 신의주로 연결되는 원유 파이프라인은 그 역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가장 실효적인 제재가 가능한 중국은 적대적 화살을 북한이 아니라 남한 쪽으로 쏘고 있다. 중국의 사도 경제 보복에 타격을 받아 신세계의 이마트는 일찌감치 철수를 선언했다. 사드 포대 부지가 공교롭게도 자사의 골프장이었던 관계로 롯데마트는 유례없는 경제 보복에 시달리다 사실상 철수단계에 들어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으로 인한 국내 관광 산업의 피해가 80조원이 넘고 40만개의 일자리을 잃게 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여기에 자동차, 화장품, 면세품 등 주요 산업 분야의 피해까지 더하면 중국발 경제 폭탄은 천문학적 규모를 뛰어 넘는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폭탄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북한 핵 폭탄의 위협아래 놓인 대한민국은 사분오열 그 자체다. 북핵 대응에 대한 국론은 분열되어 있고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민들의 심리적 위축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하고 15일 발표한 조사(전국1006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향후 1년 후 경기 전망’을 물어본 결과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34%로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26%)보다 더 높았다. 개인의 살림살이를 물어 본 질문에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과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개인 기준과 달리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보는 심리적 폭탄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심리적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되면 생산도, 투자도, 소비도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힘들어진다. 북한 핵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에 우리 경제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체감 적으로 북한 핵보다 세 가지 경제 폭탄이 더 무섭게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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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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