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8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현 한국금융지주 고문)과의 친분설에 대해 "과거에 알고 지냈거나 인연이 있었던 사람은 이제 멀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뒤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김승유 전 회장과의 친분 관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질문이 거듭되자 민관유착의 연결고리는 없애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금감원장에 공식 취임한 최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력하게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하성 실장과 김승유 전 회장은 고려대 동문으로 인연이 깊다.
최 원장의 경우 지난 2010년 김승유 전 회장의 영입으로 하나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 사장을 역임해 이른바 금융권의 '김승유 사단'으로 통한다.
김승유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학 61학번 동기로, MB정권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릴 정도로 금융권 실세였다.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에 힘입어 난공불락의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미래저축은행 부당 지원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받으면서 금융권에서 물러났었다.
하지만 김승유 전 회장이 지난 6월 한국금융지주 고문으로 복귀한 후 김 전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을 비롯해 낙하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 내정자 역시 김승유 전 회장과 인연이 깊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감원 안팎이나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의 취임 전후로 시중은행에 공정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감원 노조는 "최흥식 원장과 김승유 전 회장이 긴밀한 관계에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금융위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 출신 최 원장을 임명했다고 밝혔지만 역설적으로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당할 위험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금융위원회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 출신의 최 금감원장을 임명했지만 역설적으로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당할 위험이 있다는 게 금감원 노조의 시각이다.
최 원장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취임식에서 하나금융지주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말에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며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최 원장은 ▲북한 핵실험 등 시장불안요인 적기 대응 ▲가계부채의 체계적 관리 ▲원활한 기업구조조정 추진 ▲국민이 체감하는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서민·중소기업 금융부담 경감 및 금융지원 활성화 ▲실손의료 보험료 인하 유도 ▲금융회사의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 ▲초대형 IB 출현 등 증권산업 재편에 따른 효율적 감독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 확립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밝혔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흥시 금감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