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층과 고령층 절반 가까이가 한 달에 100만원 이하를 벌면서 집세로 30만원 이상을 내고 있어 주거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임대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취약층이 소득 대비 과도한 주거비를 짊어지게 되면 청년층은 만혼이 증가해 저출산이 심화하고, 고령층의 경우 생계 위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월세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월세 주거비 부담은 평균 32.1%로 전세 주거비 부담인 22% 보다 10.1%포인트 높았다.
최근 우리나라 임대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되고 월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4년 월세비중은 55.0%를 기록하면서 전세비중(45.0%)을 이미 넘어섰고, 작년에는 5.5%포인트 더 확대된 60.5%를 기록했다. 낮은 시중금리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더욱 높이거나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월세 공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은 전세 거주자보다 월세 거주자가 컸다. 작년 월세 주거비 부담은 평균 32.1%를 기록해 전세 주거비 부담 22.0%보다 10.1%포인트 높았다. 특히 월세 거주자의 평균 월소득은 전세 거주자의 월소득에 비해 약 100만원가량 낮았다. 이는 30세 미만의 청년층과 60세이상의 고령층 임차인 대부분이 전세보다는 월세 주택에 거주한 영향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이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은 2014년 74%에서 2016년 79%로 5%포인트 확대됐고, 고령층은 같은 기간 56%에서 63%로 7%포인트 늘어났다.
이들의 월소득도 낮은 수준이다. 월세 거주 청년층의 43%와 월세 거주 고령층의 59%가 월소득 100만원 이하(소득 10분위 기준으로 소득 2분위에 해당하며 전체 소득자의 하위 20%)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소득이 낮은만큼 월세 주거비 부담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형성됐다. 2016년 기준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 주거비 부담은 각각 34.2%, 37.7%를 기록해 다른 연령층의 주거비 부담인 20% 내외와 비교할 때 2배 가까이 컸다.
KDI는 전세와 월세는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에서도 차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의 주요 주택유형은 44.4%를 차지하는 아파트지만, 월세는 원룸 등을 포함한 다가구단독주택이 52.6%로 가장 주된 유형이다.
집 구조물, 방수, 난방, 환기, 채광, 방음, 안전, 방범 등 9개 항목에 관한 주거서비스의 질적 수준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의 점수는 평균 3.3으로 조금 양호한 단계 이상이고 다가구단독주택의 점수는 평균 2.7로 조금 불량한 단계 이하 수준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양질의 주거서비스를 갖춘 주택을 중심으로 전세가 보증부월세로 원활히 전환되거나 공급될 수 있도록 임대소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소득 과세를 2주택 보유자로 일원화해 상대적으로 전세에 여유로운 임대소득과세를 균형 있게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증부월세 아파트를 공급하는 뉴스테이 사업을 신규 건설 임대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기존 재고 아파트 임대 물량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적 배려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층과 고령층 절반이 한 달에 100만원 이하를 벌면서 집세로 30만원 이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