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 간 문재인정부 들어 첫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국감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정책과 예산 사용의 잘못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부활한 국감은 초기엔 행정부를 감시하는 기능에 비교적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쟁 국감’, ‘말꼬리잡기식 공방’ 등의 비판이 많아지면서 급기야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특히 올해 국감은 시작하기도 전에 최악의 국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외교·안보 이슈, 정부의 경제 정책 등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 국감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어느 때보다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감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감 제도가 살아남으려면 달라져야 한다. 정치권은 당장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한다. 우선 야당은 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원 개개인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질의보다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 본래 취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도 대놓고 정부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
국감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미래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피감기관의 약속을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생산적인 국감이 가능하다. 국감을 30일 이내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국정을 감시할 수 있는 상시청문회 도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600여개 피감기관을 상대로 1년에 상·하반기 분리 국감을 실시하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부 기관에 대해서는 격년제 국감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국회는 이번 국감이 국민의 힘으로 바뀐 첫 정부의 국감이란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출범한 지 반년도 채 안 된 문재인정부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올바른 진로를 설정하는 생산성 높은 국감이 돼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어떤 방향타를 갖고 운영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도 의원들의 지적을 무시해 버리면 안 된다. 국민과 정부, 국회를 위하는 ‘상생 국감’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