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홈퍼니싱' 시장 선점을 두고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홈퍼니싱'이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전 및 의류를 제외한 가구 및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4년 10조8000억 원이던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23년 18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만큼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홈퍼니싱 열풍'이 불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이 '리빙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을 정도로 '홈퍼니싱' 사업확대에 누구보다 의욕적이다.
정 회장이 경쟁사 오너들과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빙사업의 근간이 되는 홈퍼니싱 사업확대 의지는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실제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최근 3년간 현대백화점의 가구, 식기, 주방, 침구용품 등 리빙 부문 매출 성장세는 10∼15%에 이를 만큼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초에도 정 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소노마'의 브랜드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결실을 맺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의 역할이 컸다. 정 회장은 계약 체결까지을 위해 모든 과정을 꼼꼼히 챙기고, 스토리텔링 방식의 매장 연출 및 상품 구성까지 신경쓴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스소노마는 8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 5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직구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홈퍼니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글로벌 톱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현대백화점에겐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된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윌리엄스소노마의 매장을 점차 늘려 10년 동안 30개를 열기로 했다. 홈퍼니싱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도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뷰티·주얼리 사업 확대와 병행해 최근 홈퍼니싱 사업에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센텀시티점에 국내 최대 규모인 생활전문관 '신세계 홈'을 오픈하는 성과물도 냈다. '신세계 홈'의 규모는 2800평으로 신세계가 지난해 4월 선보인 강남점 생활전문관(2000평)보다 40% 가량 넓다. 입점브랜드 수도 모두 150여 개로 고급가구부터 소품, 주방용품 등 종류가 다양하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홈퍼니싱시장에 주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 총괄사장이 주력 중인 뷰티·주얼리 사업과 함게 홈퍼니싱 역시 '여성고객'을 방점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대하게끔 하고 있다. '신세계 홈' 오픈 과정에서도 정 총괄사장이 여성 CEO로서 고객의 니즈를 꼼꼼히 분석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 총괄사장은 '여자들을 위한 놀이터'를 표방하며 백화점의 주된 콘텐츠를 여심 공략에 초점을 맞춰왔다. 국내 대표 여성 CEO인 그가 여자들의 마음을 읽고,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대목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임직원들에게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만 판매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차별화 콘텐츠로 고객에게 기억될 수 있는 '마인드 마크(Mind Mark)'가 돼야한다"는 의중을 적극 드러내고 있고 홈퍼니싱 사업 확대도 이같은 주문에 발맞춰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홈퍼니싱시장은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며 "갈수록 커지는 홈퍼니싱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