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그동안 경영계가 요구해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실제 산입범위 조정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고정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급 수단을 불문하고 임금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 현물급여와 근로계약 시점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0일 노·사가 제출한 6개(각 3개) 최저임금제도 개선 과제를 노·사·공이 추천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과제 중에는 최저임금제도 관련 최대 쟁점인 산입범위 확대도 포함돼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경영계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요구해온 사안이다. 경영계가 산입을 요구하는 금품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 현물급여 등이다.
현행법은 기본급 외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금품으로 정해진 조건에 따라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과 직급·자격에 따른 수당 등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어가는 상여금과 결혼·출산수당 등 소정노동 외 대가,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 시혜적 성격의 현물급여 등은 지급시기와 액수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정치권과 정부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무작정 확대는 아니더라도 통상임금과 상이한 산입범위를 어느 정도는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통상임금 명확화와도 맞물려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는 해봐야 한다”며 “해외에선 통상임금처럼 정기·일률·고정성을 따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하는 사례가 많다. 꼭 최저임금을 통상임금과 맞추진 않더라도 이런저런 사례들을 감안해 일정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통상임금에 준해 확대되더라도 경영계가 요구하는 정기상여금, 현물급여 등은 기존대로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여금은 지급시기와 액수가 고정돼 있다고 해도 근로계약 시점·기간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숙박과 식사 등 현물급여는 정기·일률·고정성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소정노동의 대가가 아닌 시혜적 성격의 금품에 해당해 임금으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부 국가에선 종신적으로 지급되는 현물급여도 화폐가치로 환산해 최저임금에 산입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법에선 매월 1회 이상 노동력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만 임금으로 인정된다”며 “해외 사례도 함께 검토해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현물급여는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계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항목이 지금처럼 많아진 건 기업들이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임금 인상을 수당 신설로 땜질한 결과다. 이제 와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니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시키겠단 건 어불성설”이라며 “임금에서 기본급 비중이 높았다면 처음부터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