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가 매물로 나왔다는 설이 꾸준히 돌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세계(004170)와 구체적인 투자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통채널을 가진 그룹사들은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각자 운영하고 있지만 옥션, 지마켓 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1번가를 가져오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 영토확장 움직임과 맞물려 양사의 협상 진척상황이 유통업계 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11번가'와 실무진 미팅을 갖고 합작 법인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11번가 관계자는 나란히 "확인된 바 없다"며 협상 재개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중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양사간 물밑 접촉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SK는 신세계와 지난 5월부터 11번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인 바 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결렬됐다. 신세계는 11번가의 완전 인수를 바랬지만 SK측은 지분투자 형식의 협상을 고수한 것이 결렬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11번가는 롯데와도 투자 협업을 논의했지만 이 역시 별다른 결과물 없이 협상이 종료됐다. SK가 요구하는 '공동경영' 형식과 신세계와 롯데가 원했던 '경영권 완전 인수'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던 것이 두 협상의 진척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SK플래닛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까지 나서 "11번가 매각은 절대 없다"며 못 박았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감지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 11번가의 향배를 둘러싸고 변화기류가 감지된다. 롯데가 협상테이블에서 빠지자 SK와 신세계가 재차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 SK 입장에선 기존 유통 강자이자, 꾸준히 온라인 사업확대를 추진 중인 신세계와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입장에서도 '11번가'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139480), 트레이더스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SSG닷컴'을 지난 2014년부터 4년째 운영 중이지만 이커머스 기업과 비교하면 규모면에선 열세에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SSG닷컴은 연간 거래액 2조원 규모로, 연 거래액 1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연 8조원 거래규모를 지닌 11번가 등 전문기업에 크게 뒤진다. 하지만 11번가가 확보한 방대한 구매자 네트워크를 확보할 경우 단숨에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독보적인 2위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 사업확대 의지도 11번가와의 협상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관심사다.
정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개장 기념식에서 "11번가 인수를 비롯한 온라인 사업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연말 전에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온라인 영토확장에 대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온라인 부문 강화 의지가 확고한만큼 이를 위한 파트너가 11번가가 됐든 한국 진출을 노리는 아마존이 됐든 어떤 식으로든 발표가 나올 것"이라며 "신세계가 11번가와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경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경쟁력은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소개이미지(왼쪽)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SK플래닛·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