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노동개악’으로 표현되던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들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대부분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기간제 최대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처리가 무산됐고, ‘쉬운 해고’로 요약됐던 공정인사(통상해고)·취업규칙 지침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 직후 공식 폐기됐다.
하지만 단 하나의 노동적폐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바로 지난해 1월부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도입됐던 성과연봉제다.
지난해 1월 박근혜정부는 간부직에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4급 이상)까지 확대하고, 이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때 혜택을 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말은 권고였지만, 정부는 기한을 정해 밀어붙였다. 미도입 기관에 대해선 경영평가 불이익을 무기로 압박했다. 결국 같은 해 6월까지 대상이 된 119개 기관은 모두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다.
이 가운데 48곳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불이익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동자 과반 또는 노동자 과반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일부 기관에서는 성과연봉제 확대가 소송으로 번졌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획재정부는 문 대통령의 성과연봉제 폐기 공약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결했다. 성과연봉제 유지나 변경을 각 기관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최근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66개 기관은 박근혜정부에서 확대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노사 합의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기관이지만,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한 기관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수광양항만공사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지난달 직원 투표로 성과연봉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과정이 논란거리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관계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성과연봉제 유지를 위해 간부들이 나서서 직원들을 회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측을 상대로 투쟁하던 노조의 위원장이 사퇴했고, 다른 노조들은 사분오열이다. 노조 통합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사태가 정리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한 모든 기관에서 임금체계가 기존대로 환원된다고 해도 한동안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 분쟁은 상호 신뢰 확보 차원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동안 소송에 사용된 비용이 크고 지난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따라 지급됐던 성과급을 환원하는 문제를 놓고도 정부와 각 기간, 노동계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
노동계 관계자는 “우리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지급받은 성과급을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쓰도록 반납할 의향이 있지만 그걸 사측이나 노조가 책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또 다른 갈등을 방지하려면 기재부가 책임을 지고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기에 대한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대위 관계자들이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