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 '만인의 집' 개장…고은 시인 서재 재현

25년 '만인보' 집필 이력 그대로 옮겨놔

입력 : 2017-11-20 오전 11:15: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고은 시인의 역작 '만인보'의 25년 집필 이력이 녹아있는 서재가 서울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만인보는 장준하 등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5600여 명의 한국인을 수록한 30권 4001편 연작시집이다.
 
서울시는 오는 21일 오후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서 고은 시인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만인의 방' 개관식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개관식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고은 시인, 이정수 서울도서관장 등이 참석한다.
 
만인의 방은 만인보가 쓰여진 경기 안성시 공도면 마정리에 있는 고은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전시장으로 조성됐다. 지난 5월 고은 시인은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전시에 사용하도록 만인보 집필을 시작했던 당시의 좌식탁자 원본 실물, 인터뷰 영상, 도서, 집필 도구, 육필 원고, 서지자료, 개인 소품 등을 기증한 바 있다.
 
전시장 안에 구성된 기획전시 벽면에는 개관 기획전 '民의 탄생'(민의 탄생)을 만날 수 있다. 만인보 중에서 3·1운동과 항일 독립운동가를 묘사한 시들의 육필원고 원본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한용운·이육사·김구·조봉암·장준하 등 유명 인물뿐 아니라 진주에서 걸인과 기생이 만세운동을 벌인 ‘걸인독립단’, ‘기생독립단’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서재 공간은 고은 시인이 '언어의 자궁', '꿈꾸는 곳' 등으로 표현하며 1986~2010년 집필에 이용한 안성서재를 본땄다. 집필을 시작한 탁자, 집필을 마무리한 탁자, 서가, 필기구, 메모지 등이 놓여있다.
 
서재 공간 바로 앞에는 만인보 집필 좌식 탁자와 같은 크기인 '만인보 이어쓰기 책상'이 있다. 시민은 책상에서 '만인보 이어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만인보의 4001편째 다음 순서인 4002편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만인보 30권에 해당하는 육필원고 1만여 장을 디지털이미지로 제공하는 아카이브 검색 공간도 있다. 육필원고는 시가 완성되기까지의 초안, 이본, 출판본 등을 전부 보도록 구성됐으며, 집필 전 과정과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메모와 드로잉 등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은 시인이 전 생애에 걸쳐 출판한 도서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이 도서관장은 “만인보의 의미를 시민에게 잘 전달하고 만인의 방이 도서관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며 “앞으로 꾸준히 만인보 자료를 축적하고, 고은 시인이 서울도서관에 기증한 기증품을 잘 연구해 전시, 독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오른쪽)이 지난 5월 16일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조성 및 작품 등 기증 업무 협약식에 참가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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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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