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가상화폐가 활성화 될 경우 중앙은행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에 대한 조정능력이 없는 만큼 이자율, 유동성 제공 등 역할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영세 계명대학교 특임교수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가상화폐와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이 컨트롤할 수가 없고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본위제도와 비슷한 속성을 갖게 된다"며 "가상화폐가 주도하는 통화제도하에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작고 통화정책도 무력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활성화 될 경우 중앙은행의 이자율을 조정하거나 ‘최후의 대부자’(시중은행에 자금이 부족해질 때 최후의 보루로서 중앙은행이 단기자금을 공급해주는 유동성 제공 역할)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교수는 가상화폐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가상화폐는 민간주도에 의한 P2P 방식의 발행과 유통을 함으로써 거래비용이 적어 시장에서 일반적 수용성이 높다"며 "미래 가상화폐가 글로벌 화폐로써 신인도를 얻어 주도적 화폐의 기능을 한다면 글로벌 화폐를 중심으로 한 국제통화체제 전환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블럭체인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오갔다.
이천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인터넷이 50년 이상의 시간을 걸쳐 여러 천재들의 혁신과 기여를 통해 현재의 성숙을 이뤘듯 블럭체인도 여러 방향으로 발전이 이뤄지고 성숙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많은 사용예(use case)를 개발하고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숙돼야 할 블럭체인의 응용을 어떤 단면만 보고 단정하거나 긍정적 방식의 규제를 감행하는 만용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대표로 참석한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가상통화한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했다.
주 과장은 "가상통화는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현시점에서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모니터링 결과 투기적·불법적 거래에 악용 등 부작용이 커 전자금융거래법상 인가제 등 금융업으로 포섭해 공신력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추경호 의원은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정과 제도 마련은 물론 이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 처벌, 가상화폐공개 금지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라며 "투자자보호를 위한 시책은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당연히 필요하지만 성급한 규제와 금지로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세미나 '가상화폐와 정책과제'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