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간부와 파견 검사 4명이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서천호 전 2차장,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검사 등 4명을 위계공무집행방해·국가정보원법 위반·위증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4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수사 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압수수색 장소로 위장 사무실을 만든 후 그곳에 정당한 심리전단 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허위 자료를 급조하고, 증거와 무관한 노트북 등을 비치해 검찰 공무원들이 압수수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5월 원 전 원장 시절 작성된 부서장회의 녹취록 내용 중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정치관여, 선거개입 문구로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담당 직원들이 삭제 처리하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2013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댓글 사건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하는 국정원 직원 8명을 상대로 댓글 활동은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인 활동임에도 개인의 일탈 행위란 취지로 허위 진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2014년 4월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재판 중 검찰이 국정원 직원 박모씨에 대해 증인신청을 하자 애초 외국 출장이 예정돼 있지 않았는데도 러시아 출장 발령을 내리는 등 증인도피 혐의와 이 과정에서 출장이 사전에 예정된 것처럼 허위로 회신 자료를 작성·발송한 혐의도 포함됐다.
특히 이들로 구성된 현안 대응 TF는 각자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한 후 별도로 하위 실무진 TF를 구성하고, 현안 대응 TF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을 실무진 TF 구성원이 실행하도록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안 대응 TF 구성원은 압수수색 하루 전날 위장 사무실을 사전 시찰하고, 구성원별 임무를 세밀하게 분장해 실전적인 리허설까지 시행하기도 했다. 실무진 TF에 소속된 국정원 변호사와 파견 검사는 변호인 의견서, 참고자료, 증인신문 사항 등 총 130여건의 문서를 작성해 원 전 원장의 사선 변호인에게 전달하고, 증언 리허설까지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과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적인 사법 방해 공작이 없었더라면 실체 진실이 일찍 드러났을 것"이라며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는 등 그 실체를 왜곡시켜 국가 사법 자원 측면에서 인적·물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게 한 중대한 사안임이 명확히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는 장호중 부산지검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