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이 28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서장은 이날 오전 9시4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수사상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대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사실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12월 국정원 댓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3일 김 서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김 서장에게 25일 오전 11시 소환을 통보했지만, 김 서장은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변호사 선임 관계 때문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서장은 2013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 직원과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 내용에 따르면 김 서장과 국정원 직원 안모씨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오피스텔에서 대치하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2012년 12월11일부터 16일까지 총 50여 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안씨가 연락을 주고받은 경찰 관계자는 김 서장뿐만 아니라 당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소속 이병하 수사과장, 최현락 수사부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3년 6월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지만, 기소에 이르지는 않았다. 당시 유일하게 기소된 김 전 청장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이어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김 전 청장의 공판에서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노트북을 임의제출한 것을 언급하면서 "김 계장이 수사의 신속성을 얘기하면서 수사 대상자가 동의하는 파일을 열어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서울청에서 노트북 분석 상황을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신속성을 이유로 검색 키워드 수를 100개에서 4개로 줄이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서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 전 당시 국정원에서 경찰을 담당했던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했으며, 앞으로 김 서장 외에 경찰 수사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2월16일 오후 11시 김씨의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