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올해 글로벌 증시를 밀어올린 무역과 설비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내년에도 지속되며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 팀장은 "내년도 증시는 소비보다 투자 관련 업종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재 중심 성장의 근거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갭 축소를 꼽았다. 마 팀장은 "올 들어 미국에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으면서 GDP 갭 플러스 전환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을 포함해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했을 때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로,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설비투자를 추가로 늘리는 방식으로 자본의 양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DP 갭 축소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에서 수출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증가로 이어진 만큼 산업재 등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 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 글로벌 경제가 연평균 3.3% 성장하는 동안 글로벌 교역은 3.0% 증가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올해와 내년도 글로벌 교역은 4%대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 역시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영업이익 증가율 둔화 우려에 대해서는 매출액 증가가 밸류에이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 팀장은 "2004~2007년 코스피가 700에서 2000까지 상승하는 동안 영업이익 증가율은 미미했던 반면 외환위기와 IT 버블 붕괴 이후 2000년부터 기업 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기간에는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면서 "시장은 기업 실적 개선이 구조조정에 따른 것으로 봤고, 이때 매출액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04년 이후 주가는 매출 증가가 이끌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험적으로 볼 때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 팀장은 "통상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유동성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금리인상은 그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면서 "통화정책의 목표는 주요 지표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있고,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 유동성 증가율 하락을 가져온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신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외국인 수급도 원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 팀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코스피는 2850선을 무난히 달성할 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4년간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1.1배 사이에서 등락하며 선진국과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는데, ROE가 평균 7%대에 불과했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올해에 이어 내년도 코스피 ROE가 10% 전후까지 높아지면 내년도 PBR은 1.15배까지 상승하면서 이에 따른 코스피 상승 여력은 10%"라고 말했다. 지수로 환산하면 2850이다.
한국 증시를 눌러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경우 코스피가 2850선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마 팀장은 "지정학적 위험, 저배당,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가 국내 증시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지정학적 위험이 올해 보다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배당 역시 배당성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연기금의 기업 의사결정 참여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코드가 활성화하면서 의결권 행사 권한이 확대될 것"이라며 "코스피 할인 요인이 상당부분 완화된다면 내년도 지수 전망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이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증시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송희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