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지난 2011년 받은 감사와 유사한 감사결과를 올해 또 받았다. 올해 종합감사에서도 부당계약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지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KAIT에 발송한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KAIT는 지난해 4월 이동통신 3사로부터 신분증스캐너 장비로 보임테크놀로지 제품을 선정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KAIT는 보임테크놀로지와 단독 수의계약을 맺고 전국 2만5000여개의 판매점 및 대리점에 신분증스캐너를 공급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신분증스캐너는 특수기능이 요구되지 않고 본인 확인을 위해 행정안전부의 규격만 만족하면 되는 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규격 인증을 받은 다른 업체가 10개가 존재하는 점 등을 들어 수의계약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기정통부는 단독 수의계약을 맺도록 해 보임테크놀로지에 특혜를 제공한 담당자를 징계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KAIT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보임테크놀로지 제품을 이미 쓰고 있어 다른 제품을 쓰면 소프트웨어 재설치 등의 비용이 들고 호환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KAIT는 '회계분리 통합시스템 구축 및 회계분리 기준 표준지침서 연구'에 대한 계약도 모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경고 조치를 받았다.
KAIT는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징계·시정 조치도 받았다. 감사 결과 공휴일 및 퇴근 시간 이후에 개인적 용도로 골프장 등에서 총 5회에 걸쳐 법인카드 약 82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 및 주점에서 음주 목적으로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KAIT는 최근 2년간 290여회에 걸쳐 주점에서 총 1930여만원을 사용했다.
적립금 관리도 부실했다. KAIT는 최근 3년간 총 75건의 적립금을 부실하게 관리해 정상적으로 만기일에 재예치했을 경우보다 약 640만원의 이자수익 손실을 초래했다. KAIT 관계자는 "재심의 요청과 조치 사항 이행 여부에 대해 1월 중순까지 과기정통부에 답을 해야하므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AIT는 앞서 지난 2011년 감사에서도 추정 가격 2000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부서에서 선정한 특정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아 계약 대상자로 선정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카드 사용액은 환수됐으며 당사자 3명에 대해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예산편성과 집행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아 불명확한 지출의 소지가 있어 개선 요구도 받았다.
KAIT는 이통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다. 과기정통부의 통신·정보보호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종합감사 대상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