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가정보원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등을 타기관으로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등 강도 높은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법안 통과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30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좌파에 의한 국정원 해체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낸 가운데 국민의당 마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상임위 통과부터 난제다. 정보위 법안소위는 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당이 찬성한다 해도 한국당이 반대하면 안 되는 구조다. 소위를 표결로 밀어붙인다 해도 정보위와 법사위 위원장을 모두 한국당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통과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회법 신속처리안건 제도(패스트트랙)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330일 이후 본회의에 법안이 자동 상정되도록 한 제도다. 최근 ‘사회적 참사특별법’이 이 제도를 통해 통과된 바 있다. 현재 정보위는 여당 5명, 야당 6명(한국당 4명, 국민의당 2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치면 7명으로 5분의 3 이상을 차지해 패스트트랙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국정원이 제출한 ‘대공수사권’ 이관 내지 폐지는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의 논평을 내놨음에도 찬반에 대한 의견을 굳히지 못한 것이다.
정보위 소속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국정원 개혁이 시급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공수사와 정보활동 기능을 분리할 경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리해야 되는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국정원만 놓고 여기가 사고 치니까 여기 떼어내고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자고 달려들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동철(왼쪽)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