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국내에 수입차가 정식 통관 절차를 밟고 들어온 지 올해로 30년을 맞으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987년 정부가 수입차 판매를 허용한 후 한성자동차가 10대의 벤츠를 최초로 수입해 팔았다. 불과 10대를 팔았던 수입차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30년이 흐른 올해 연간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수입차가 부유층의 전유물에서 대중화 시대를 열었지만 배출가스 조작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전체판매량은 21만266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0만5162대)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15년 총24만3900대를 팔아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15%를 넘어선 이후 올해 또 다시 점유율 15% 달성이 목전이다. 30년 전 시장점유율을 논하기도 어려웠던 반면 이제는 완성차업체 중 순위권 회사의 연간 실적을 넘보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987년 7월 배기량 2000cc 이상 수입차의 판매를 자유화했고, 이듬해 배기량 기준 없이 전 차종 수입 규제를 풀었다. 이후 수입차 시장은 매년 성장했다. 1990년 불과 2325대에서 1995년 6921대를 기록하더니 1996년(1만315대)에는 1만대를 넘어섰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판매량이 뚝 떨어진 후 2002년 1만6119대가 팔리며 다시 1만대 판매량을 회복했다. 특히 수입차 판매량은 2011년(10만5037대)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선 후 4년만인 2015년(24만3900대) 두 배 이상 성장하며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비약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성장통도 심각한 상태다. 먼저 지난 2014년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판매가 중지된 바 있고, 올해도 허위로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BMW 등 3개 수입차 업체가 총7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여기에 완성차업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후관리(AS) 시설로 인해 차를 제때 수리받지 못해 항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평균 수입차업체의 수리 소요기간은 BMW가 6.2일, 벤츠가 6.3일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대기시간이 1시간 이내로 촘촘한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판매후 반품된 중고차나 수해 침수차 등을 새 차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차량을 팔아놓고 사후서비스는 딜러사에 떠넘기는 ‘나몰라라’식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제도적인 허점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차 피해 사례가 발생해 소비자가 고발했을 경우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우선 차량 상태를 잘 확인하고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7년 통관 절차를 거쳐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수입차 벤츠 2세대 S-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