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월 야심차게 출발한 프랑스 마크롱정부의 개혁정책이 생각만큼 잘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정부의 개혁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국제정치정세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용대 건국대학교 상경대학 석좌교수의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 5월7일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결선투표결과, 친유럽연합(EU)성향의 중도·독립 후보 만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돼 5월14일 취임했다.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은 강력한 개혁정책을 천명했다.
그러나 마크롱정부의 개혁 추진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취임 초 공금의혹에 따른 각료의 사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대비 3% 이내로 지키기 위해 2017년 국방비지출을 8.5억 유로 절감하는 과정에서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대장)의 사임, 개인주택수당 감액(월 5유로)에 대한 반발 등 인기 없는 개혁행보에 마찰이 생기고 있다.
또한 지방의 주요 재원인 주민세를 80%의 세대에 대해서 폐지하는 선거공약의 추진과 지방 공공단체에 지출삭감 등이 주된 원인이 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6월 64%로 정점을 찍은 이후, 7월 54%, 8월 40%까지 떨어졌다. 이후 노동개혁 등 정책추진을 이어가면서 지지율은 9월 45%, 11월 46%로 다소 회복되고 있다.
마크롱정부의 개혁은 부패방지, 재정건전화와 함께 노동시장 정책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에 이어 2018년 예산법안을 통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개혁과제들을 추진한다는 자세다.
노동시장 개혁 최우선 추진
마크롱정부는 친기업적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고용의욕을 고취시키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개혁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시장개혁법의 대강은 크게 3대 축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조건에 관한 기업차원 재량권 확대 ▲사원대표조직 통합에 의한 노사교섭 효율화 ▲노동비용의 예측가능성 등이다.
이 가운데 사원대표조직 통합은 중소기업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현 프랑스의 노동규제에서는 종업원규모 50인 이상 기업은 4대 사원대표조직(종업원대표, 기업위원회, 건강안정위원회, 조합대표)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기업규모 확대에 소극적이었는데, 이번 통합으로 규제상의 어려움이 제거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개혁법안은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이후 노조관계자들을 만나 노동개혁 필요성을 설득한데 이어 뮤리엘 노동부장관을 통해 여름 내내 300시간에 걸쳐 노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노조와 협의를 거쳤다. 마크롱정부는 의회에서 논란이 길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위임입법을 이용해 법률명령(ordonnance)에 의한 노동시장 개혁 조기실시를 추진했다.
법률명령에 의한 위임입법을 이용하는 경우 의회심의를 법안성립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 그동안 프랑스 의회는 이 법률명령을 사용해 노동시장개혁이 가능한 수권법안을 지난 7월28일 가결했고, 9월 중순 개혁안에 대한 내각 동의를 거쳐 9월말 발효를 목표로 추진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노동시장개혁에 대해 노조 측은 경계자세를 누그러트리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개혁이 노조의 영향력저하, 노동자보호의 약체화에 연계될 개연성이 높다는 입장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 최대 노조인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은 노동시장개혁에 일정부분 이해하고 있지만, 노동총연맹(CGT)은 지난 9월12일 대규모 데모를 주도하는 등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의 절반이상은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로권이나 프랑스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있는 것도 마크롱정부의 개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프랑스는 2/4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5%로 호조를 보이고 2017년 전체로 1.7%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기업경기 체감지수도 지난 6년간 최고수준이며, 실업률도 완만하게 낮아지고 있다. 전임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2년과 달리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유리한 시기를 맞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기업의 성장·고용·투자 촉진 및 가계의 구매력 향상 위한 세제개혁
마크롱정부는 노동개혁과 더불어 세제개혁을 통한 재정건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고용·투자를 촉진시키는 한편 가계의 구매력 향상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첫째, 투자·혁신 촉진을 강조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기본 아이디어는 ‘부를 재분배하기 전에 부를 창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성장·고용·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인하하고 경쟁력과 고용을 위해 세액공제를 2019년부터 고용주의 사회보장부담 등의 경감방식으로 고칠 계획이다.
투자자 부담경감을 위해 현재는 종합 과세되는 금융소득(이자·배당·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해 30%의 단일세율(소득세 12.8%, 일반사회세 17.2%)을 적용함과 동시에, 부유층의 보유 자산에 매년 과세되는 부유세를 폐지한 후 부유층의 부동산에 매년도 과세되는 부동산부유세를 창설하고 실질적으로 부유세 대상에서 금융자산을 제외했다.
둘째, 가계의 구매력 향상이다. 마크롱정부는 프랑스의 국민 세부담률이 다른 유럽국가에 대해 상당히 높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가계의 구매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시책으로 주민세 감세와 건강·실업 보험료의 근로자 부담분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주민세는 지방세로서 전체 가구 중 80%의 가구에 대해 2018년부터 3년간 매년 3분의 1씩 감소해 2020년에 폐지한다. 또한 건강·실업 보험료의 근로자 부담분(소득의 3.15%)의 폐지인데, 이는 일반사회세 인상(소득의 7.5%에서 9.2%로)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퇴직자도 포함한 전체 가구의 부담을 통해 근로자 가구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실시 첫해 2018년 일반사회세의 세율인상은 1월부터 한 번에 실행하고, 보험료 사용자 부담분의 폐지에 대해서는 1월과 10월 2회로 나누어 처리하기 때문에 재원확보가 선행돼 국민전체로 보면 일시적으로 37억 유로의 부담이 증가(정부는 세수 증가) 된다.
이것은 재정적자 목표 3%이하 달성을 위한 예산당국의 결정이다. 민간의 급여소득자는 2018년 1월부터 부담이 감소해 구매력이 향상되는데, 이는 일반사회세 인상 영향이 소득의 1.7%임에 반해서, 2018년 1월 시점에서 보험료 감면분이 소득의 -2.2%에 이르기 때문이다.
셋째, 환경에 대한 대책이다. 프랑스에서는 지구 온난화 대책 관점에서 에너지 상품의 내국 소비세 탄소 비례부분을 2014년에 수립,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1톤당 100유로까지 과세를 끌어 올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세제개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임기 말인 2022년까지 톤당 86.2유로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에너지 상품에 국내 소비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또 경유에 대한 세율 인상속도를 휘발유 보다 높여 휘발유와 경유의 세율 차이를 없애 나갈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2018년에 도입된 주요 세제개혁에 의한 세수감소 규모는 모두 103억 유로로 계상된다. 그러나 2018년 한 해 동안 건강·실업 보험료의 사용자 부담금의 폐지와 일반사회세의 증세가 일부 선행돼 37억 유로의 세수증가가 발생하는 부분을 빼면 실제로는 66억 유로의 세수 감소가 생기게 된다.
재정건전화 달성을 위한 세출억제
마크롱정부는 프랑스의 GDP 대비 세출규모가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세출규모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즉 세출 증가율을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 재정프로그램법안에서는 세출총액에서 세금환급, 국채비용, 국가공무원의 사회보장부담 등을 뺀 금액을 ‘조정가능 세출’로 간주해,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조정가능 세출의 실질증가율을 2018년 0.6%, 2019년 -0.4%, 2020~22년 -1.0%로 억제하고 있다.
또한 개별분야별로는 2018년 예산법안에서 주택정책을 재검토해 전년대비 17억 유로 삭감, 노동·고용 분야에서도 고용계약에 대한 재정지원의 재검토를 통해 전년대비 15억 유로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2018년 세출삭감은 중앙정부 70억 유로, 지방공공단체 30억 유로, 사회보장기금 50억 유로 등이다.
한편 대선공약 사항인 500억 유로의 공공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지난 9월25일 필립 수상이 임기 5년 동안 70억이 증액된 570억 유로의 ‘2018-2022 투자계획’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약 200억 유로 ▲능력 향상과 고용증진을 위해 약 150억 유로 ▲혁신과 경쟁력향상을 위해 약 130억 유로 ▲디지털정부 구축을 위해 약 90억 유로를 투입하는 등 4대 사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중 2018년 투자분에 대해서는 예산법안에 계상하고 있다. 이밖에 선거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2025년에 GDP대비 2%를 목표로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계획하고 있다. 사법예산도 크게 증액됐다. 정부예산에서 공무원의 정원이 줄어들지만 치안분야에서는 약 2000명, 사법 분야에서는 약 100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9월27일 발표된 ‘2018년 예산법안’과 ‘2018~22 재정프로그램법안’에 나타난 향후 재정전망은 2017년부터 재정적자 3%이내의 목표를 달성(재정적자 규모 GDP대비 -2.9%), 2018년 -2.6%, 2022년에는 거의 균형 상태(-0.2%)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임기 5년간 누적채무 잔고를 GDP대비 약 5% 낮추고, 세출 GDP대비 약 3%저하 및 국민부담률 약 1% 낮추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마크롱정부는 향후 5년간 재정프로그램법안에서 엄격한 세출억제를 통해서 재정건전화를 달성한다는 자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정건전화 계획에 대해서 EU집행위는 마크롱 정부의 제정계획이 현행대로라면 2019년부터 다시 재정적자규모가 증가해 EU의 재정규율을 불이행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크롱정부, 국민적 공감대 바탕으로 개혁추진할 수 있을까
마크롱 대통령은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를 억제하면서 열린 프랑스를 목표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과감한 도전, 분배를 중시하며 너무 커진 세출규모를 축소하고 재정건전화를 실시하려는 노력 등이다.
첫째, 노동시장개혁의 개혁과 친기업적인 세제개혁 등 재정건전화 정책추진은 순환적으로 경기회복국면에 있는 중소기업의 고용의욕을 높여 실업률을 낮추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실업률저하에 의해 개인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프랑스경제가 임금상승에 따른 자율적인 경기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회보험료 삭감 등 적정한 노동시장개혁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나 기업의 신뢰감 조성을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자율적인 경기회복은 물론 재정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특히 10%에 가까운 실업률을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7%까지 낮추는 것은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사회 전반 개혁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임에 틀림없다.
둘째, 정치적으로도 이와 같은 개혁정책의 추진은 중요하다. 포퓰리즘 정당의 재집결을 막기 위해서도 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실업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의회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국민전선의 각지역선거구 득표율과 각지역선거구의 실업률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포퓰리즘 정당의 대두 배경에는 실업문제에 대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지지율도 개혁과제의 추진결과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셋째, 마크롱정부의 개혁정책 추진의 성공은 EU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차원에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유로존 공통예산의 도입 등 EU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재정규율이 느슨한 남유럽 국가로의 재정이전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 반대가 강하다. 또한 독일은 같은 이유로 유럽위원회가 은행동맹을 완성하는 일환으로 제안하는 예금보호제도에 대한 공동부담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가 개혁을 통해 회복되고 EU개혁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프랑스와 공동보조를 위한 독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단기적으로 EU의 미래는 프랑스 개혁의 성공여부에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프랑스 국민들 중에는 규제완화와 투자촉진 등의 형태로 경제를 호전시키는 것은 불공평을 조장하는 것이며, 정치의 첫 번째 역할은 공정성 확보와 필요한 재분배를 실시하여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급진 좌파 메랑숑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지금도 일정한 지지층이 있다는 것도 마크롱식 개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러나 프랑스 개혁의 성공 없이는 경제 활성화를 통한 고용증대도, 포퓰리즘 정당의 재결집 억제도, 독일과 협력을 통한 EU개혁 추진도 얻을 수 없음은 확실하다. 프랑스 역대 대통령들이 다양한 저항으로 멈출 수밖에 없었던 각종 개혁과제들을 마크롱 대통령은 어떻게 국민들과 소통해가며 추진할지 주목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1월15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파리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으로 생긴 빈 자리를 유럽이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국가미래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