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우리는 지난 30년간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30년은 '세상'을 연결하려 한다. 5G 기술을 활용해 만물에 연결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퀄컴의 기술마케팅 수석 이사 라스무스 헬버그의 말이다. 그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시대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로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를 지연없이 처리함으로써 ‘모든 공간과 사물이 연결된 세상’을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이를 실현시킬 기술은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선 상태다.
신간 ‘모바일트렌드 2018’은 헬버그의 전망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규정하며 내년도 모바일 시장을 조망하는 책이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이사, 정근호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 R&C 팀장 등 국내 ICT 산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커넥팅랩’ 회원들이 함께 썼다. 이들은 국내·외 ICT 업계의 분석을 토대로 5G를 포함한 모바일 관련 기술의 총체적인 진화 방향을 전망한다.
저자들이 보는 내년 모바일 시장의 최대 화두는 5G로의 진입이다.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인 새로운 이동통신을 뜻한다. LTE(4G)에 비해 전송 속도가 최소 20배 빠르고 지연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즉, 3기가(Gbyte) 짜리 초고화질 영화 한편을 다운 받는데 4분 정도 걸리던 시간이 10초로 단축되는 기술이다.
저자들이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5G가 지닌 ‘즉시성’에 있다. 네트워크 간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간이 실시간에 가깝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연결 가능한 디바이스도 무한대로 확장된다. 따라서 헬버그의 말대로 모든 기기와 기기, 공간과 공간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저자들이 5G를 ‘새로운 공기’라고 칭하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4차 산업의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 보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5G가 재편할 새로운 모바일의 세계에서는 ‘무(無)’의 가치가 강화된다. 유선이 ‘무선’으로 완전히 대체되며 인공지능, 챗봇, 로봇의 등장으로 ‘무인화’가 보편화된다. 접속과 공유가 일상화되면서 ‘무소유’의 개념이 자리 잡고 데이터가 사람들의 시각과 후각 등을 대체하는 ‘무감각’ 현상이 강해진다. 지금 일어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본격화될 변화의 모습들이다.
올해 국내 금융업계에 잔물결을 일으킨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높은 금리, 저렴한 수수료, 편리한 서비스 등 기존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들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5G가 상용화될 시점에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강점으로 삼는 이들 업체의 장점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저자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VR) 원격상담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5G 개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다. 내년 2월 치뤄질 대회에서는 전 세계 관람객들이 5G 네트워크를 직접 체험하게 될 전망이다. 봅슬레이나 피겨스케이팅 선수에 5G 네트워크 카메라를 장착해 보다 박진감 넘치는 고화질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국내 업계에서는 올림픽에서 5G 네트워크 테스트 후 오는 2019년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20년 상용화를 앞둔 일본, 중국보다 앞서 이는 한국 ICT 산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책은 5G로 실현될 인공지능, VR, 사물인터넷 등을 비중있게 설명하지만 그 이외의 모바일 기술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로 공인 인증서를 대체할 새로운 범용 인증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라거나, 메신저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챗봇이 금융 서비스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란 예측 등도 내놓는다.
“현재 국내 응행권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등록된 인증서를 별도의 비밀번호 입력없이 모바일 생체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18년 2월경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 상반기 내에 정식 사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첫 출간 후 모바일 산업의 진화를 추적한 이 책의 시리즈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책을 낸 첫 해 저자들은 모바일 산업이 PC 시장을 압도해 중심이 될 것이라는 ‘모바일 온리’라는 키워드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로도 옴니채널(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의 붕괴), 컨시어지(개인비서처럼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그 해의 모바일 키워드로 내세웠다.
저자들은 “불과 수년 만에 새롭게 출시되는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이 모바일 중심으로 설계될 만큼 모바일은 PC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인간과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며 모든 가치를 ‘무’로 수렴시키는 모바일의 흐름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모바일 트렌드 2018'. 사진/미래의창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