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영 정경부 기자
2007년 2월 생애 첫 해외여행을 중국으로 떠났다.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다름아닌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였다. 임시정부 요인들이 1926~1932년 머물렀던 그 자리에 복원된 청사는 당시 모습을 간직한 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김구 주석 등이 사용한 거주공간과 집기, 당시 활동사진을 보는 것만큼 생생한 역사교육은 없을 듯 싶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따금씩 우리 사회에서 ‘건국절’을 언제로 볼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지만, 임시정부 요인들의 독립운동 노력을 폄훼할 국민은 없다. 720만 재외동포의 정체성 함양과 이들에 대한 내국인들 마음의 벽을 허무는 차원에서도 임시정부의 가치는 빛난다.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임시정부는 조국도 없던 암울한 시기에 재중·재미·재러 동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국권피탈 전후로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설명하고, 동포들이 고국에 기여한 바를 알리는데 임시정부는 좋은 소재가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 ‘재외동포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반도를 떠난, 내국인들과 관계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게 한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 제대로 된 임시정부 기념관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백범기념관 등 관련인사들을 기리는 시설이 있지만 전체 활동을 아우르기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종찬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초 “(청와대에서) 계속 뭐가 못마땅한지 추진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기념관 건립이 서울시 주도로 추진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보훈처는 2일 현 서울 서대문구의회 청사부지에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2020년 8월까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되며 예산은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보훈처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이 국비 지원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7월”이라고 설명했다.
임시정부의 가치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임시정부도 설립 당시 다양한 세력들의 연합을 통해 태동했다. 피우진 보훈처장이 “기념관 건립을 통해 국민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 2020년 8월 선보일 기념관 내용물을 채우는 과정에서도 피 처장의 일성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