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제로레이팅 확대 여부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CP)의 셈법이 복잡하다.
제로레이팅이란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를 사용할 때 나오는 데이터 요금을 해당 서비스 CP가 대신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통사들은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CP들도 데이터 요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5세대(5G) 통신이 상용화될 경우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CP들도 제로레이팅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5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데이터 폭증이 예상되므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CP들도 제로레이팅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CP들은 회사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제로레이팅은 현재 이통사들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망 구축이나 유지보수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이므로 CP들은 원칙적으로는 반대 입장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데이터 요금을 분담할 여력이 있는 곳들은 제로레이팅으로 인해 사용자를 늘릴 수 있다면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P업계 관계자는 9일 "각 사의 자금 사정이나 시장에서의 위치 등에 따라 입장이 조금씩 달라 업계가 한 목소리로 강하게 반대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모델들이 T월드 매장 서울시청점에서 포켓몬고 공동마케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제로레이팅은 이용약관에 포함하고 과기정통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서비스 개시 후 방송통신위원회가 불합리하게 이용자를 차별한다고 판단할 경우 규제를 하는 사후규제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위치기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공동제작사 나이언틱·포켓몬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제로레이팅을 시작했다. SK텔레콤 가입자에게는 포켓몬고 게임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데이터가 무료다. SK텔레콤은 당초 지난해 10월까지였던 포켓몬고 제로레이팅 기간을 올해 3월까지 연장했다.
제로레이팅이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망중립성은 통신망 제공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구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와 이통사의 자회사 등 자본력이 탄탄한 곳들이 제로레이팅을 적용하면 중소 CP들은 경쟁력을 잃게 돼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된다"며 "이용자 차별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로레이팅 활성화 여부는 현재 시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찬성이나 반대와 같은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