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박정호 SKT 사장, 중간지주사 전환 시사

"고려할 만한 여건이 됐다"…인적분할 후 ICT 총괄 중간지주로 재탄생

입력 : 2018-01-10 오전 11:58:21
[뉴스토마토 박현준·이지은(라스베이거스)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CES 2018 개막일인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 참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올해 전반적으로 자본시장 환경이 좋다"며 "거시경제가 좋은 점을 고려했을 때 (전환을)고려할 만한 여건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지주사 전환은 관계사들이)좀 더 한 가족처럼 움직이도록 조직의 협업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의미도 부여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원론적 의미로 말한 것으로, 아직 구체적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해 초 박 사장이 SK텔레콤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가능성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ICT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투자)를 설립하고, 그 아래 SK텔레콤 사업부문과 SK하이닉스 등을 거느리는 방식이다. 특히 박 사장이 SK(주)와 SK C&C를 합병, 그룹의 취약점으로 거론되던 옥상옥 구조를 해결한 것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인 점은 이 같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박 사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서 ICT위원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점도 인적분할을 기획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준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그룹의 지배구조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SK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을 에너지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로 두고 그 아래 정유와 화학 부문을 두고 있다. SK텔레콤은 ICT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의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는 최창원 부회장 중심의 그룹 내 소그룹으로 불려 성격이 약간 다르다.
 
한편 박 사장은 5세대(5G) 통신의 가장 유력한 비즈니스 모델로 텔레매틱스와 미디어를 꼽았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다. 그는 "(5G 서비스는)텔레매틱스가 훨씬 빠를 것"이라며 "기존과 다른 정확도가 생길 것이고,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차량 관제의 지연속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사업과 관련해 규제 해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율주행차 하나에도 관련된 기관이 많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업해서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4G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며 “중국은 규제가 적고, 국가가 (기업을)보호해 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LG전자·인텔·퀄컴 등 국내외 주요 ICT 기업들과 5G·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텔레콤은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에서 독일 초정밀 지도 전문기업 히어(HERE)와 '5G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박현준·이지은(라스베이거스)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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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