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납품업체로부터 경쟁 백화점 매출자료를 넘겨 받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쇼핑(023530)에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산정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35개 납품업체로부터 경쟁사에서의 매출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해 이를 취합했다. 롯데쇼핑은 이 자료를 토대로 경쟁사 대비 매출대비율을 작성한 후 매출대비율이 저조하면 판촉행사 등을 납품업체에 요구하거나 경쟁사에서 판촉행사를 진행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마진인상, 매장이동, 중요행사 배제 등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으면서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다른 사업자의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매출액, 기간별 판매량 등 매출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롯데쇼핑에 시정명령과 함께 납품업체가 롯데쇼핑에 납품한 대금과 납품업체의 롯데백화점 매장 임대료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해 약 45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롯데쇼핑의 청구를 기각하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거나 거래 조건을 설정하면서 보다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등 거래 상대방인 이 사건 납품업자들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회사 차원에서 납품업자들에게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매출자료를 요구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 그 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롯데쇼핑에 납부명령한 과징금에 대한 산정 방식도 정당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 행위의 내용과 정도 등을 참작해 관계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과징금 납부명령이 과도하다거나 과징금 납부명령에 비례 원칙과 평등 원칙에 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롯데쇼핑에 대한 과징금 부과 자체가 적법하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과징금 산정 기준에 따른 이 사건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는 상품대금 감액 행위와 같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의 거래 관계 자체에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가 개입되는 경우와는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품대금 감액 행위에 관해서는 '그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상품의 매입액'과 같이 '위반 행위가 개입된 거래 관계의 규모'를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삼아 그 제재 수준을 결정해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거래 관계에 있음을 기화로 한 위법 행위인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이 많지 않더라도 제공을 요구한 정보의 내용, 위반 행위의 횟수 등에 따라서는 그 위법성 수준이 낮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므로 '대규모유통업자가 위반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상품을 납품업자로부터 매입한 규모' 등은 적어도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관해 제재 수준을 일차적으로 결정하는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서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밖에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취득한 경영정보를 이용해 유통시장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추가적인 법령 위반을 했는지는 구체적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고려될 사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