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기계·설비, 확인만이라도…"

내달 개성공단 중단 2년…기업인들 "설비점검 시급" 방북요청

입력 : 2018-01-24 오후 6:36:37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개성공단 재개 전까지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입주기업인들은 생존이 곧 공단 재개로 생각하면서,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기획운영위원장·에스제이테크 대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문재인정부 들어 두 번째 방북신청을 한다. 2016년 2월10일 박근혜정부가 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뒤 5번째 방북신청으로, 입주기업인들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당장 공단 재개는 어려워도 북에 놓고 온 기계·설비라도 하루 속히 점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2월25일 이후, 패럴림픽 개최(3월9일) 이전에 방북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대표)은 "개성공단에 방치돼있는 기계·설비 점검이 목적"이라며 "남북이 기계·설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합의할 수만 있다면, 이는 개성공단 재개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는 만 2년 가까이 각종 생산시설, 기계·설비가 방치돼있다.
 
2016년 박근혜정부가 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 뒤 입주기업인들은 몸만 빠져나와, 자산 보존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전기도 끊겨 각종 기계·설비는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섬유·봉제 관련 기계부터 전기·전자, 도자기 등과 관련된 고가 장비들은 주인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녹슬고 있다. 입주기업인들은 공단 재개 이전에라도 기계·설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벌써 장마가 두 차례 지났다"며 기계·설비 노후화를 걱정했다. 김서진 공단기업협회 상무 역시 "입주기업인들은 전심전력을 쏟아 개성공단에 투자했다"며 "놓고 온 내 새끼들이 병들어 가고 있는데, 손 놓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 똑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 입주기업인도 "민족 자산인 기계·설비들이 썩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대위는 정부에 대해 정책대출 원리금 만기연장과 추가 긴급대출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6년 공단 중단 이후 받은 긴급대출 500억~1000억원(비대위 추산)의 만기는 오는 2, 3월이면 돌아온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미상환 대출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입주기업들은 고사할 처지다. 너무나 긴급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4일 오후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다음 달 25일 이후 방북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개성공단기업협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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