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업무보고)대기업 일감몰아주기·지주사 수익구조 '정조준'

공정위, 재벌·갑을개혁 본격 속도…헬스케어 등 4차산업 진입 장벽도 해소

입력 : 2018-01-25 오후 6:29:3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김상조호 재벌개혁이 올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상반기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공익법인, 지주회사 수익 구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재벌개혁과 함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도 집중 단속한다. 중소상공인들의 공정거래를 위해 갑을관계도 정리하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뜻이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산업분야에서 진입을 제한하는 경쟁제한적 규제도 발굴·개선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8년 업무보고'를 보고했다. 이날 보고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법무부·경찰청 등 7개 부처 장·차관, 당·청 인사 및 일반 국민 등 약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정착' 주제로 진행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소득주도·혁신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공정경제 시책의 효과가 국민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25일 오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정착을 위한 정부 업무보고가 열린 정부서울청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기업 경제력 남용 '집중 겨냥'
 
공정위는 우선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방지에 힘쓸 방침이다. 이른바 '재벌개혁'에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중소기업의 성장기반 훼손의 대표적 사례인 대기업집단의 위법한 일감 몰아주기는 엄중 제재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5년부터 6개 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해 현대, CJ, 한진, LS 등 4곳을 제재했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난 15일 취임 이후 첫 일감 몰아주기 제제로 하이트진로 총수 2세를 검찰에 고발했다. 재벌개혁을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올해 한화, 효성,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의 조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친족분리 기업의 사익편취 적발시 분리를 취소하고,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을 확대한다.
 
또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위해 악용되는 사례가 없는지를 분석, 제도 개선안도 마련·추진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게 공익법인 관련 특수관계인 현황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LG, SK, CJ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지주회사들은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이용료, 건물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고 있는데,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주된 수입은 배당금이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수입 구조는 지주회사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대·중소기업간 '갑을관계'도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관계 개혁에도 나선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기반을 조성, 중소상공인의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공동행위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권 인정 등 대·중소기업간 협상력 격차를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도급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독점 거래를 강요하는 전속거래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원가 등 경영정보 요구 관행 근절을 위해 금지대상 경영정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납품단가 조정 등을 분담하게 하는 표준계약서 개정도 계속 추진한다. 이러한 제도들이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해 자율적 분담·조정으로 이어지도록 독려·점검도 수시로 할 방침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4대 불공정행위, 상품대금 부당감액·부당반품·납품업에 종업원 부당사용·보복행위 등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도도 도입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에 대해 공동 특허를 요구하는 등 기술유용행위를 할 경우 배상액을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TV 홈쇼핑, 대형슈퍼마켓 분야에 대한 직권조사 역시 실시한다.
 
이와 함께 판촉행사시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가맹금 수취를 기존 공급물품 유통마진 부과방식에서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적용한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협약평가기준도 개선한다.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권 인정, 상생협약 체결 등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이 밖에 공정위는 ICT·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진입을 제한하는 빅데이터 정보 수집·축적·활용을 억제하는 규제, 의료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을 제한하는 규제 등을 발굴·개선한다. 특히 제약·반도체 분야 등에서 시장선도 사업자의 지식재산권 남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기술유용행를 근절하기 위해 기술유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주요 업종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경제에서 공정거래 질서가 확립돼야 한다"며 "이것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공정거래 질서 확립은 우리 기업들이 더 당당하고 경쟁력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우리 경제를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체제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제작=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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