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울창한 초록빛 ‘숲’이 비춰진다.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희미한 공기 사이로는 거대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늘어서 있고, 정 가운데는 정체모를 정사각형이 서서히 돌고 있다. 다시 거대한 폭포와 함께 강렬히 반사되는 태양빛이 쏟아지며 화면 전환. 밴드 넬의 보컬 김종완이 나직이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숲에서 하는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영상 시작 부분에 나온 울창한 초록빛 숲. 사진/네이버 브이앱 화면 캡처
달빛이 붉은색으로 바뀌던 1월31일, 모두가 넬스러운 ‘비밀의 숲’으로 초대됐다. 수풀, 장미로 구성된 무대와 시스루LED에 비치는 형형색색의 조명, 18년간 축적해온 넬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가 한 데 어우러졌다. 비록 공연 현장에서 느껴졌던 은은한 로즈향이 모니터를 뚫고 나오진 않았지만 모두를 비현실적인 어딘가로 인도하기엔 충분했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웃음을 짓거나 손을 흔든, 또 박수를 치며 떼창을 한 넬과 팬들의 ‘현실 아닌 현실의 이야기’였다.
수풀과 장미로 장식된 무대 디자인. 사진/ 네이버 브이앱 캡처
이날 넬의 소속사 스페이스보헤미안이 네이버 브이앱을 통해 공개한 영상은 지난해 12월22~24일 진행한 연말 콘서트 실황이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CHRISTMAS IN NELL'S ROOM)’이란 타이틀로 진행하는 그들의 공연은 화려한 영상과 조명, 음악, 심지어 무대의 잔향까지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날 영상에는 실제 공연에서 펼쳤던 주요 곡들의 라이브와 함께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스스로를 깎고 다듬는 네 멤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같은 콘셉트더라도 사람들에게 조금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보컬 김종완)”
“생각한 그대로 나와 주길 바라면서 준비를 해요. 현실적인 대화를 하면서 비현실적인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거든요. 사실 긴장도 많이 되고, 기대도 많이 되고.(기타 이재경)”
넬 '드림캡처' 라이브 중 시스루 LED 화면에 컬러 축제와 같은 영상이 흩뿌려지고 있다. 사진/네이버 브이앱 캡처
지난해 음악 작업을 하며 틈틈이 무대 디자인을 해 온 그들의 노력은 직접 찾아와주는 관객을 향한 정성이자 배려다. 올해는 수풀과 장미 모형으로 무대 전체를 감싸고 실제 숲에 온 것처럼 조향사까지 동원했다.
“가장 큰 건 무대 디자인 인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애초 기획할 때 ‘정원’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조금 더 비밀스러운 ‘비밀의 화원’ 같은. 그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조금 더 넬의 느낌에 어울리는 그런 가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준비하게 됐어요.(김종완)”
“저희 음악을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이런 느낌’도 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이재경)”
팍팍한 삶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도망가거나 물러설 틈새 따윈 없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다시금 일상이라는 쳇바퀴에 올라야 한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지고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두에게 밴드는 말한다. ‘비현실 같은 시공을 함께 하며 잠시만 멈춰 보면 어떻겠냐고, 그런 삶도 꽤 괜찮은 삶 아니냐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