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위해 당시 신군부가 해병대 투입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헬기사격설’도 사실로 확인된 가운데, 최종 발포명령자·암매장 장소 확인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건리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은 7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특조위 발족 후 5개월 간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5·18 민주화운동 진압은 육군과 해군(해병대), 공군 합동작전이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조위에 따르면 당시 군은 해병대 1사단 3연대 33대대 소속 병력을 광주로 출동시키기 위해 마산에 대기시켰다가 계엄군의 진압작전 변경으로 출동 해제했다. 이 위원장은 “(부대) 활동내용과 당시 33대대장, 관련 병사들을 조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군 함정이 진압작전에 동원된 사실도 확인했다. 특조위가 확인한 2군 계엄사령부 계엄상황일지에 따르면 ‘소수의 폭도가 선박을 이용하여 목포항을 도강한다는 정보에 따라 해군 309편대가 긴급출항, 항만에 경비 중’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기무사령부(당시 보안사령부) 자료에도 ‘폭도들이 타 도시로 개별 탈출·재집결해 제2의 광주사태를 야기할 우려 하에 해군·해경 합동 해상봉쇄작전으로 해상탈주를 방지토록 지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계엄군이 헬기를 이용해 광주시민을 향해 무차별 기총소사를 가했다는 정황 역시 사실로 밝혀졌다. 특조위에 따르면 당시 육군은 광주에 출동한 40여대의 헬기 중 일부 공격헬기(500MD)와 기동헬기(UH-1H)를 이용해 1980년 5월21일과 27일 광주시민을 상대로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 이 위원장은 “21일 헬기사격은 시위 군중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한편 전남도청 앞에 있던 공수부대와 새로 투입된 20사단 병력을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비무장상태 시민들을 향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수원 제10전투비행단과 사천 제3훈련비행단 소속 공군 전투기·훈련기들이 ‘이례적으로’ 공대지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했다는 내용도 발표에 포함됐다. 특조위는 폭탄 장착 이유가 광주를 폭격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진압작전에서 가장 중요했던 21일과 25일 회의에 모두 참석하는 등 내란집단에 적극 동조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각 군의 조치를 합동작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합동작전) 교범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특조위 발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아직까지 시신 암매장으로 인한 행방불명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암매장을 비롯해 사망·상해·실종사건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내용이 담긴 ‘5·18 진상규명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해왔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제정법은 공청회를 열어아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보류됐다. 공청회는 지난 6일 개최됐다.
이건리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지난해 9월부터 5개월여 간 진행된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